▲ 수원예총 회장
지금은 공감으로 승부해야 하는 콘셉트 시대다. 사소한 한마디로도 세계를 선(善)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말과 행동, 태도를 좋아한다. 이런 사소하지만 친절한 말과 행동은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인 기술이다.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주고,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만나는 시민들 모두에게 호감을 주고 ‘정말 좋은 사람이다.’하고 감탄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공직자나 그에 준하는 자리에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오래 전 필자는 경기문화재단에서 문학콘서트를 주최하고 나서, 친분이 있는 K실장을 만나러 4층에 들렸다. K실장의 방은 7층에 있다고 해서 다시 방을 찾았다. 행사가 끝났지만 기다리는 일행도 있고 해서 얼굴만이라도 보고 갈 요량으로 들렸다. 사무실을 이리저리 오가며 K실장의 방을 기웃거려도 그 누구 하나도 눈길을 주는 직원이 없었다. 입구에 앉은 여직원도 그렇다.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불전에도 ‘말을 거는 것은 마음을 쓰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영어에서는 상대를 인정하는 행동을 일컬어 스트록(stroke)이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스트록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관심’이다. 관심을 보이는 직원이 없다. 암묵적으로 행동하고 말하는 일종의 분위기인 재단의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도대체, 명색이 자기들의 책임자를 찾아왔는데 이럴 수가 있나?’ 괘심한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만 들려다보고 있는 여직원에게 한마디 했다. ‘손님이 찾아왔으면, 얼굴을 쳐다보며 어떻게 오셨나요 하고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여러 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얼굴을 쳐다보는 이가 없었다. 울화가 치밀었다. ‘문화재단은 어찌 도청 공무원보다 더 관료적이고 불친절한가요.’ ‘어디 예술인들이 이곳을 찾아올 수 있겠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제서 팀장인 듯한 직원이 K실장 방 쪽으로 와서 묻는다.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맛보려면 내 주머니에 있는 과일을 보여주어야 하듯 필자의 신분을 밝히면서, K실장을 만나러 왔노라고 했다. 재단의 책임자를 만나러 왔는데도 이 정도니 평직원을 만나러 왔으면 불문가지가 아닌가라고 재차 목청을 높였다.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김문수 도지사는 ‘365일 언제나 민원실’을 만들어 불편 없는 도정을 펼쳐갈려고 고심하는데, 산하기관은 딴청을 피고 있다고 신랄하게 쏟아 붓고 나왔다. 입맛이 씁쓸했다. 재단은 한번 채용되면 평생 가는 직원이라서 일까. 친절해서 재단직원으로서의 위엄이나 체면이 깎이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직원의 사명이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선택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사명이자 필수사항이다. 후에 K실장으로부터 사과의 말을 들었다. 내가 보기엔 최고책임자들은 친절을 강조하지만, 직원들은 이를 실천하지 않는 것 같다. 재단은 많은 예술인들과 시민들을 접촉하는 기관이다. ‘시민은 왕이요, 나는 신하이다’라는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곧 자기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다. 질책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수원시가 시민감동과 친절행정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좋아요! 수원’실천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매일 두 가지 선택 앞에 놓인다. 기분 좋은 하루를 선택할 것인가? 기분 나뿐 하루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네 삶은 하루하루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많은 시민들이 공직사회가 변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내가 변해야 조직문화도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게 진리다. 물론 바쁠 수 있다. 하는 일이 시간을 다툴 수도 있다. 책임진다는 것은 안 좋은 일들을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책임을 지면 인생이 즐겁다. 자기변명이 필요치 않다. 가슴하나만 열어두면 된다. ‘이 조직이 내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야 관심이 절로 난다. 공직사회의 타성에 굳어진 생각의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생각의 때가 끼고 각질이 생기면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없다. 유연성을 잃으면 틀에 박힌 생각만 일삼고 고정관념이 늘기 시작한다. 공직사회의 친절을 다시 디자인하는 ‘수원시의 실천운동’이 실효를 거두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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