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봄은 꽃에서 시작된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땅과 나무에 봄기운이 흘러 피어난 것을 본 뒤에야 ‘봄이 왔구나’하고 느낀다. 꽃은 신이 만든 창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진달래는 다른 식물들이 대부분 잠자고 있을 때 마치 선구자처럼 제일 먼저 찬바람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부지런함을 보여준다. 봄의 전령이다. 그 품(品)이 담담하고 청초한 감을 준다. 강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죽음의 계절인 겨울을 이기고 봄기운을 타고 일어서는 벅찬 생명의 환희를 느끼게 하기에 그렇다. 수원시가 화서동 숙지공원과 인접된 산림 2천여 평방미터에 염태영 시장을 비롯하여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수원시의 꽃, 시화(市花)인 진달래 4천여 그루를 심었다. 진달래 동산을 조성하여 내년부터 진달래축제를 이곳에서 펼칠 계획이다. 이틀 후면 식목일이다. 시내 공원이나 도로주변 빈 공간에 진달래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렸으면 좋겠다. 시화를 정했으면 시민 모두가 그 뜻을 알고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을 공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애향심을 북돋아주고 자연을 사랑하는 정서를 길러가면서 지역문화를 육성하자는 데 시화를 제정한 뜻이 있지 않은가.

오늘날 우리의 도시공원이나 주택 정원은 그 양식이나 수종의 선택에 맹목적으로 서구화를 좇은 나머지 우리 조상들이 창안하고 발전시켜온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외래종의 범람은 우리 꽃에 대한 취향마저 바꿔 놓고 말았다. 하지만 꽃은 여전히 우리 생활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풍요로운 마음과 아름다운 정신을 지켜주는 상징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잎보다 앞서 꽃을 피워 온통 진분홍으로 물들이는 꽃, 진달래는 오랜 세월을 두고 겨레와 함께 하며 살아온 꽃이기도 하다. 진달래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진달래가 수원의 시화가 된 것은 수원 8경의 하나인 화산두견화에서 연유되었다. 진달래는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하고 참꽃이라고도 한다. 두견화라는 것은 중국 이름이다. 두견새가 울 때에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봄소식을 안고 뒷동산을 붉게 장식했다. 예전에는 수지산과 팔달산에도 그랬다.

봄이 오면 산마다 피어나는 꽃, 전설이 얽혀 있고 또 따뜻한 정감이 서려 있는 꽃이 진달래다.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가장 알맞은 나무다. 이 강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메마르고 각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사람들의 손에 의해 꺾이고 잘려나가도 억세게 피어나고 또 피어난다. 마치 수없는 전란과 재난에 시달려도 이를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끈질기게 살아온 우리 겨레의 기질과 닮았다. 진달래 꽃 색깔 역시 가장 한국적인 색깔이다. 이 땅에서 살아온 여인네들의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다. “바위고개 핀 꽃 진달래꽃/우리님이 즐겨 즐겨 꺾어주던 꽃/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1933년에 작곡한 이흥렬의 가곡 ‘바위고개’다. 연가가 아니라 당시 조국의 비운을 노래한 저항곡이다. ‘바위고개’는 우리의 삼천리금수강산이고 진달래는 우리 겨레다.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의 구절은 ‘조국인 임은 없어도 우리 겨레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같이 진달래꽃에는 겨레의 정서가 얽혀 있고 겨레의 얼이 스며있다. 한때는 진달래를 무궁화 대신 나라꽃으로 하자는 논의도 있을 정도였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3월3일의 화전놀이는 떡에 진달래의 분홍꽃잎을 넣어서 그 빛깔과 향기를 즐겼다. 많은 시인들이 노래로서 민족정서에 많은 촉매역할을 한 꽃이기도 하다. 중국의 고도(古都) 낙양시는 거리마다 시화이자 국화인 목단(牧丹)을 의인화한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뒤늦게나마, 수원시가 숙지공원을 비롯하여 광교산, 칠보산 등에 대대적인 진달래 동산을 조성한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진달래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겨레와 함께 하면서 살아왔고 또 앞으로 이 땅에서 자라면서 꽃을 피울 것이다. 진달래를 소재로 한 시는 너무나 많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현대시가 도달한 최고의 이별미학이다. “영변약산 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수원출신 시인 박팔양은 1930년에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읊는다’라는 시를 발표했다. 일제 통치하에서 진달래를 선구자의 꽃이라고 읊고, 찾아올 봄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에 견주었다. 진달래 동산에 그의 시비를 세우는 일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중략)” 매화, 산수유, 철쭉, 벚꽃축제처럼 진달래동산에서 꽃망울을 터뜨릴 ‘수원진달래 축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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