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둔벌에 자리한 서울대농대 수목원은 당시 딸기밭이 있는 푸른 지대와 함께 젊은이들이 찾는 가장 인기 있는 탐방코스였다.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 숲은 문학청년들이 즐겨 찾는 창작의 공간이기도 했다. 농대가 서울 관악캠파스로 옮겨간 후 학교 건물들은 흉허물로 방치되어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해결의 기미가 없어 안타깝다. 연습림이라고 불리던 숲은 서울대농대 수목원으로 개칭되어 관악수목원까지 관장하고 있다. 그 숲은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빈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115만 명이 사는 수부도시-수원은 녹지공간이 턱 없이 부족한 도시다. 시민들이 정서함양과 휴식을 위한 녹지공원을 마음껏 활용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농생대 수목원을 ‘수원수목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언제고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가 법인화됨에 따라 농생대 수목원도 법인자산이 되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모르겠다.

지난 2010년2월에 수원시가 서울대에 학술용역을 의뢰하여 ‘수원수목원(생태공원) 기본계획수립 학술용역 최종보고서’가 수원시에 제출된 바 있다. 기본구상에는 식물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원시민에게 제공함을 목적으로 국제 수준의 대학 및 시민을 위한 수목원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독특한 주제원(主題園)을 조성하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며 온실, 전망대, 정자, 안내판 등을 독특하게 디자인 하여 특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수목원 명칭도 ‘서울대학교 수원 꽃뫼수목원’으로 예시할 정도의 세부적인 학술용역보고서다.

농생대 수목원은 서둔동, 고색동, 탑동에 걸쳐 있는 221,042㎡ 에 725종 6,414여 본의 다양한 수목들이 들어차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많이 발산해 삼림욕과 휴양시설로 금상첨화다. 1907년부터 다양한 수목들이 식재되어온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형태로 조성된 숲이다. 나무 종류나 수량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의도 큰 수목원이다. 수목원 안을 관통하는 도로 탓으로 동편수목원과 서편수목원으로 나눠 각기 다른 수종을 식재해 왔다. 자생하던 100년 이상 된 아름다운 전통 소나무를 바탕으로 온대북반구의 자작나무과, 장미과, 물푸레나무과 등 여러 나무품종들이 심겨져 있다. 식물자원의 보고(寶庫)다. 지난해에는 산림청 지정, 산림유전자원 관리기관으로 등록되었다. 현재 국제종자교류를 통해 들여온 외국 종자를 파종하여 묘목을 키워 전시·관리하고 있다.

이 대학 출신인 염태영 시장은 수목원을 개방하여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생태공원화를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3년 전에 1억7천만원의 학술용역비를 제공하여 수목원 전면 개방을 위한 학술연구보고서까지 나왔지만 수목원과 수원시 간에 제시된 소요예산문제로 답보상태다. 방문객 진출입을 위한 공간을 현재의 위치에서 농생대 기숙사 쪽으로 배치한다. 안내센터를 겸하여 홍보관, 대형강의실을 갖춘 방문자센터를 만든다. 경관적으로 수목원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온실을 조성하여 내부에 폭포, 연못 등 워터가든(water garden)을 도입한다. 자가용 및 대형버스 이용자를 위한 친환경 주차장, 매표소도 설치한다. 외형적인 휴양 등 편의시설 못지않게 다양한 주제로 식물을 심어, 전시하여 시민들에게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모두가 돈이다. 농생대 수목원을 수원 수목원으로 만들기까지는 쉽지 않다. 수원시의 자랑스러운 자연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자연사랑, 식물사랑, 자연과 시민의 조화로운 삶의 체험장이 되도록 끈질기게 노력해야 한다. 경기도도 적극 나서야 한다. 수목원이 개방되면 시민들은 70~80년생 조림수종으로 조성된 숲 속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기고 사색할 수 있다. ‘빠름, 빠름’ 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삶의 속도가 때로는 피로하다. 그래서 도시의 인간관계는 가끔 지친다. 침묵과 고요가 필요한 때가 있다. 숲은 말을 건넨다. 숲을 천천히 걷다 보면 바쁜 일상의 속도계가 멎고 마음의 시계가 돌아감을 느낄 수 있다. 환경도시를 추구하는 수원시가 아닌가. 푸른 색,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자연과의 고요한 대화 등이 시민들에게 절실하다. 농생대 수목원의 ‘수원시민을 위한 생태공원화’를 멈추지 말고 계속 추진하여 성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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