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아세아의 솔본느대학’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아주공업초급대학으로 출범한 아주대학교가 개교 40주년을 맞아 국내최초로 ‘도구박물관’을 개관했다. 현대과학의 뿌리는 ‘도구(道具)다. 어떤 일을 할 때에 쓰이는 연장이요 연모다. 특히 수원은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쌓는데 다양한 도구가 사용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대 도구박물관은 각별하다. 『화성성역의궤』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석공(石工)들의 도구에 대해서 많은 내용을 알 수 있는 문헌이다. 여기에는 화성 건축 당시 동원되었던 642명의 석공들의 이름과 출신지역, 노임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였던 여러 종류의 도구들을 운반도구,설치기,다지기,쪼개기,고르기, 등으로 구분하여 수록하고 있다. 석재의 크기를 재는 자, 석재의 틈새를 막아서 그 사이를 벌어지게 하는 쐐기, 줄을 긋는 먹통, 쐐기를 박거나 석재를 다듬는 메, 메와 비슷하지만 한 쪽에 날이 있어 필요 없는 부분을 떼어내는 털이개, 돌을 떼어내거나 다듬는 정, 정으로 거칠게 작업된 석재의 표면을 곱게 쪼아내는 도드락망치가 석공들이 화성을 쌓을 때 사용한 석공도구들이다.

박물관이나 과학관에서 만나는 옛 물건들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당시의 내 노라는 천재들이나 발명가들이 수없는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고안해낸 첨단제품이기에 더욱 뜻이 깊다. 우리 옛 도구나 그를 사용하는 기술이 현대과학의 뿌리가 된다. 물레방아는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원운동을 직선운동으로, 직선운동을 상하운동으로 바꿔주는 캠(cam)과 캠축의 원리를 담고 있다. 가래와 쟁기는 양쪽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중심점에 모아지는 운동의 힘을 이용한 것으로 벡터(vector)의 원리다. 목화솜의 씨를 빼내는 씨아는 나무로 기어를 깎아 맞추어서 힘을 전달하는 원리다. 이렇듯 평범하게 보이는 옛 도구에서 현대과학에서 응용되는 모든 원리가 무궁무진하게 숨어있다. 아주대 종합관 1층에 있는 ‘도구박물관’에 선사시대도구를 비롯해 목공, 대장간, 농기구, 도량형기, 생업도구, 취사도구 등 300여점의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밖에도 글자와 무늬를 찍어내는 도구, 천을 다루는 도구, 의학기구, 길이?부피?무게를 헤아리는 도량형기 등도 갖춰져 있다.

말과 글이 정신문화를 계승시킨 도구라면, 물건을 만들었던 도구는 물질문화를 계승시킨 도구다. 도구는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는 좀 더 나은 도구를 만들면서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창조되어 왔다. 어찌 보면 인류역사는 도구역사요, 도구역사는 바로 인류역사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되어 온 옛 도구는 문화유산이다. 도구는 나라마다 사용방법이 다르다. 나무를 다루는 대패의 경우, 우리나라 대패는 앞으로 밀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나무표면을 곱게 마름질하기는 힘이 든다. 하지만 힘이 적게 든다. 일본대패는 손잡이 없이 당겨서 사용하므로 힘이 더 든다. 반면에 섬세한 가공이 가능하다.

도구박물관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구 제작모습과 사용방법을 보여주는 모션그래픽과 동영상도 상영한다. 조성을 박물관장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분야의 도구를 수집해 지역사회의 문화교육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구박물관이 독립건물이 아니라 종합관 로비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어 다소 아쉽다. 더 많은 도구들이 수집되면 명실상부한 ‘독립박물관(博物館)의 관(館)’이 되어야 한다. 박물관은 자료를 수집?보존?전시하고, 이를 조사 연구하여 문화?예술?학문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교육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박물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역시 자료다. 항상 가치 있고 풍부한 실물자료인 도구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전문가에 의한 학술적인 조사 연구가 이어져 그 가치를 밝혀나가야 하는 것도 박물관의 몫이다. 도시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문화의 이정표가 박물관이다. 아주대 개교40돌 기념으로 문을 연 이색적인 ‘도구박물관’이 대학생뿐만 아니라 인문학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민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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