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 포성은 멈췄지만 한반도의 긴장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돼버린 남과 북의 대치상황을 수원시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하다. 일상화된 정전(停戰)에 둔갑해진 우리 의식을 깨우는 자취가 수원에도 자리하고 있다. 서둔동에는 ‘앙카라학교터’와 파장동 효행공원에 있는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가 바로 그곳이다.

오는 7월27일은 정전60주년을 맞는 뜻 깊은 날이다. 6·25전쟁의 상흔을 딛고 놀라운 성장을 해 온 대한민국이다. 그 바탕에는 한국의 안전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정의의 십자군으로 파병되어 많은 전과를 거두고 산화한 젊은 병사들이 있었다. 6·25전쟁 당시 남한은 거의 병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광복을 찾은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고, 한반도가 아직도 혼란 속에 빠져 나오지 못하던 때다.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지원으로 한반도에서 버틸 수 있었다. 병력파병 16개 국가와 의료지원 5개 국가의 도움이 우리나라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이요 원천이었다.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터키는 한국전 당시 1만4936명을 파병하여 3064명의 사상자를 냈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의 파병이었다. 1952년 5월에 서둔동에 ‘앙카라고아원’을 설립하여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640여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1966년 잔류부대가 철수 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당시 터키군은 목숨과도 같은 월급에서 매달 일정금액을 앙카라학교를 위해 갹출해 수원의 어린이들을 도와줬다. 전장터에서 지급되던 돼지고기 통조림마저 이들 고아원에 보내졌다. 이 고마운 뜻을 기리기 위해 수원시는 앙카라고아원 건립 기념비를 세우고 이곳을 ‘앙카라길’이라 명명한데 이어, 지난 달 25일 서둔초등학교 후문 앞에 ‘앙카라학교 공원’을 조성하여 염태영 시장과 나지 사르쉬바 주한 터키대사, 앙카라 학교출신모임인 형제회 회원들이 참석해 개장식을 가졌다. 180여m의 골목길에 터키문화를 알리는 벽화로 장식하여 또 하나의 명소로 꾸몄다. 얼마 전에는 KBS-TV ‘정전60년, 내 기억속의 전쟁- 앙카라 학교’가 터키참전용사를 방문하여 당시 고아가 성장하여 70대 중반으로 성장한 이들이 80대 후반의 참전용사들과 해후하는 장면이 보도된 바 있다. 당시 학생들이 주축이 된 밴드부가 만들어져 터키 국가(國歌)를 비롯해 터키 노래를 연주하는 등 터키군 위문공연을 다녔다.

프랑스군은 4천여 명이 참전하여 1124명의 사상자를 냈다. 정의와 승리를 추구하며 불가능이 없다는 신념을 가진 나폴레옹의 후예들이다. 1950년11월 부산에 상륙, 수원에 집결한 미군 제2사단에 배속되어 많은 전과를 올렸다. 1952년 겨울과 이듬해 봄에 서울로 향하는 통로를 방어하는 전투에서 프랑스군에 배속된 한국군 18명을 포함하여 288명이 전사했다. 이들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건립된 추모공간이다. 1974년 10월 국방부가 건립한 참전비가 노후화되어 동상을 세우고 조경을 새롭게 하여 정비했다. 이어 지난 16일 염 시장과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는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 정비공사 사업비 지원’협약을 체결, 프랑스정부가 10만 유로를 지원키로 했다. 이곳이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전쟁의 아픔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20대의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동방의 먼 나라, 알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극동 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도와주러 온 참전국 병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세계의 6·25참전 용사들은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이다. 영국군 참전용사들은 해마다 참전 기념일에 런던 시가를 1km를 행진한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전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뜻에서 참전용사들의 유업을 이어갈 후손조직을 출범시킨다. 미 해병대는 총알과 포탄이 난무하는 전장 터에서 탄약수송을 맡은 한국산 경주마 ‘아침해’ 기념관을 연다. 이렇듯 ‘잊혀 진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을 영원히 ‘기억되는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을 정도데, 우리는 어떤가. 6?25전쟁 발발연도를 모르는 성인과 청소년이 10명 중 4~6명이라는 통계다. 우리는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다. 정전60년이다. 젊은이들이 깨어서 ‘전쟁의 교훈’을 지켜야 한다. 역사는 민족의 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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