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시는 마음이 흘러가는 바를 적은 것이다. 마음속에 있으면 ‘지(志)’라고 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면 ‘시(詩)가 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인문을 숭상하였고 시를 고귀한 것, 정신의 정화(精華)로 여겼다. 수원시가 버스정류장을 인문학 공간으로 꾸며간다. 시내 100여 곳에 이르는 버스정류장에 시민들의 눈길이 머물게 할 ‘인문학 시(詩)’를 게시한다. 이제껏 세계문화유산 화성 사진만 게시 된 한 면을 활용한다. ‘사람답게, 정이 넘치는 도시’라는 주제로 시민들의 공모를 통해 내달 5일까지 마감하여 선정위원회에서 게시할 작품을 뽑는다. 시민들이 살아가면서 느낀 진솔한 감동과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수원’의 특성을 표현한 15행을 넘지 않는 창작된 짧은 시다. 초등학생에서부터 학생, 직장인, 남녀 시민 누구나 1인 1작품으로 응모할 수 있다. 당선된 작품들은 각각 석 달 동안 다섯 곳의 버스정류장에 나누어 게시된다. 버스정류장은 주로 소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비록 잠시 동안 버스를 기다리며 머무는 공간이지만 이런저런 상념에 젖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은 돈과 재미, 물질을 쫓느라 자신이 누구냐는 핵심 질문을 잊고 산다. 인문학은 바쁘게 사는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삶의 속도를 늦추도록 해 주는 힘이 있다. 인문학은 한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시켜 줄 수 있다. 국민총생산(GDP)이 아무리 커진다고 해서 그 나라, 그 도시의 특성을 만드는 게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번영하면 더욱 인문학이 중요해 진다. 팍팍한 삶일수록 더 소중하다. 요즘 사람들은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게 살줄을 모른다.

수원시가 지난 2011년 4월 인문학 중심도시를 내걸고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왔다. 그간 주요성과도 있었지만 시민의 직접참여보다는 행정이 시민에게 퍼주는 듯한 프로그램이 대종을 이뤘다. 너도 나도 펼친 인문학 강좌나 각종 포럼, 수원학 강의 등이 그렇다. 물론 시민들에게 인문학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 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그것도 중요하다. 그간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북 카페나 도서관을 확충 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문학의 중심에 공직자가 아니라 시민들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움직이게 하는 동력을 심어 준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인문학 공간으로 바꿔가는 구체적인 시도는 없었다. 성과를 내고 있는 마을 르네상스를 손꼽을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버스정류장에 내 거는 시민이 지은 ‘인문학 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백 마디 말, 백장의 편지보다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인생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편의 시가 절실한 순간이 있다. 좋은 시를 함께 하는 것은 사람과 마음을 공유한다. 짧은 시의 맛은 시민을 살맛나게 하고 시의 멋은 시민을 멋진 세계로 안내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 시민들이 교류하고 융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 좋다. 인간은 행복할 때 높은 창의력을 발휘한다.

하필이면 허구 많은 문학 장르 중에 시냐고 말할 수 있다. 시의 기능은 다양하다. 시가 담고 있는 세계라든가 대상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시가 푸대접받는 세상에서 수원시의 새로운 시도에 찬사를 보낸다. 시를 통해 느끼는 삶의 여유 속에 나와 내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도 가져야 하기에 그렇다. 매사 서두르고 바쁜 일로 채우려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편의 시를 외워 이따금 흥얼거리다 보면 기분전환도 되고 마음이 정화되기도 하고 세상을 달리 바라보게도 된다. 그뿐이랴, 희망을 갖고 새로운 각오나 의지로 나아가게도 된다. 시구를 통해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시는 ‘영적인 기운’이 있다. 이를 ‘분위기’라고도 하고 ‘정서’라고도 한다. 우리의 정서를 순화하는 데 있어 시처럼 소중한 것이 없는 이유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널리 알려 좋은 ‘인문학 시’가 지어지도록 해야 한다. 수원시가 펼치는 버스정류장 ‘인문학-창작 시’가 시민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고 일상적인 삶에 윤활유가 되어 인간미 넘치는 인문학중심도시-수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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