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길우 신문팀장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8년이나 되었지만 지역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기만 한 실정이다.

국가의 주요기능들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었고 지방은 속빈 강정처럼 껍데기만 남은 채 발전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근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른 경제상황을 돌아보면 국가의 산업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육성·추진되면서 지역경제의 지표들은 급속하게 악화 또는 정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 특히 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언론은 전국지의 지역시장 잠식, 디지털 저널리즘 발전을 배경으로 점점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지역신문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자생할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회의감마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회의감의 본질을 최근 들어 더욱 추락하고 있는 지역언론의 위상에서 찾는다. 지역신문은 지역언론만의 특수한 역할을 갖고 경쟁력을 키워 지역의 선도적 매체로서 지역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지역신문들은 그러한 책임과 의무보다는 오히려 지역신문에게 주어진 권한과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지역의 자치단체나 기관으로부터 광고를 수주하고 홍보하는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나 상당수의 언론이 언론 본연의 책무와 역할보다는 지역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권력을 취득하여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 군림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리고 현재까지도 이어져오는 고질적인 지역신문의 관행이요, 지역언론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시각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정보의 출처가 무한대로 늘어난 언론시장에서 지역신문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언론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가장 본질적인 지역언론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독자들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하버드대학 케네디행정스쿨은 2006년 발표한 ‘저널리즘의 부가가치 창조 보고서’에서 언론의 경쟁력과 경제성 확보를 위해 전문화와 지역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안했다. 거의 모든 뉴스가 상품화된 시점에서 언론사들은 열성적인 고객을 얻기 위해 이제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산만한 콘텐츠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콘텐츠의 차별성과 배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독자가 살고 있는 지역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그들의 열망과 일상적인 삶에 대한 지역보도를 통한 부가가치 창조이며, 다른 언론사들은 이런 뉴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난과 마주하고 있는 지역언론들이 경제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전제 하에서 소비자인 동시에 공공행정을 담당하는 경기도가 언론매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환경변화로 더욱 어려운 제작상황에 처해 있는 지역언론의 경우는 현재 그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도 없는 상태이고 등록된 언론사들마저도 제한된 광고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다수의 지역 언론은 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일부는 행정기관의 광고·홍보비를 의식해 ‘건전한 견제와 비판’보다는 의도적 왜곡보도 또는 사실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하여 보도하는 등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과의 건전한 관계설정은 ‘관언유착’과 같은 비판적 시선을 해소하고 '대중의 공기' 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암흑의 시기에 불빛과도 같은 것이 언론이며 집단지성을 비판·인도하는 것 또한 언론이어야 한다. 혹자의 말처럼‘진실을 알리고 지키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요 역할’인데, 지금 언론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인가? 환경의 변화에 휘둘리는 허약한 모습이 아니라 지역의 선도자요 파수꾼으로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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