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우리는 예술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특성 있는 지역문화를 창조하는 데는 지역에 상존하는 토착문화를 자원화 해야 한다. 전국이 획일화 되고 동질화 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흐름 속에서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추구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수원만의 역사, 전통, 풍토 등 여러 환경적 요소가 시민의 정서와 결합되어 종합예술형태로 나타날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제50회를 맞은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중에 빗속에서도 열연(熱演)을 보여준 총체공연은 수원의 관광상품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증을 보여줬다. 정조대왕은 조선왕조 역대 임금 중에 그 삶이 가장 드라마틱한 군주다. 그가 세운 화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공연은 자못 흥미롭게 다가온다. 목숨을 바쳐 자객단의 습격을 막는 무예24기, 그가 꿈꾸고자 하는 태평성대의 세계를 무용과 합창으로 보여주는 대서사시다. 공연무대가 세트장이 아니라 창룡문을 통해 오가는 말과 군사 등 수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살아 있는 무대가 더욱 값지다.

다만 공연작품명이 관객에게 딱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연은 공연인데 총체가 붙으니 우선 머리가 갸우뚱해 진다. 조어(造語)이기 때문이다. ‘거느릴 총(總)’은 일본인들이 ‘모을 종(綜)’대신에 사용하는 낱말이다. 그들은 종합을 총합으로 사용한다. ‘무예종합예술공연’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다소 미흡하다. 관객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공연작품명을 찾아야 한다.

강원도 정선, 고려시대 선비들이 숨어살던 곳이다. 이 오지(奧地)마을에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5일장을 열고 정선아리랑을 모티브로 상설공연물을 보여준다. 제대로 된 전속공연장을 갖추고 장날 이곳을 찾은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한다. 이젠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수원은 딱히 ‘수원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스토리’를 엮은 공연물도 없다. 물론 전속공연장도 없다. 역사가 있는 수부도시-수원,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총체공연’을 한 달에 한두 번 상설로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정착시켜나가야 할 때다. 겨울 몇 달 빼면 공연할 수 있는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 예술문화가 서울에만 집중되고 지방은 낙후된 곳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열등한 대칭 개념이 아니라 시민들의 공동체 연대를 형성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누릴 수 있는 독자적이고 특색 있는 지역예술문화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건물 등을 세우는 하드웨어도 필요하지만 이젠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하다. 예술문화의 지역중심화 작업이 과감하게 시도되어야 한다. 물론 관광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이어져야 한다. 지역에만 머무는 축제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축제는 단순한 놀이마당이 아닌 종합예술을 펼치는 고도의 인간활동이기에 그렇다.
‘총체공연’은 단순한 축제 개념이 아니다. ‘축제로 대화하고 축제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며 축제로 미래를 꿈꾼다.’는 말이 있다. 수원을 찾는 관광객이나 시민, 서로 낯선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며, 축제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박물관의 유물처럼 박제화하거나 화석화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몰입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총체공연’이 지역예술문화의 기반이요,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되도록 수원문화재단이 나서야 한다. 그야말로 변방의 공연물이 아니라 고품질 공연물이 되어 도시가 더욱 활기차고 공동체적 연대의식도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인문학 도시-수원을 지향하는 도시다. 시민들 대부분은 자신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대단히 제한적인 영역에서 활동한다. 그만큼 도시의 삶은 폐쇄적이기 쉽다. 축제의 장면은 예외적이다. 사람들은 축제기간이나 축제 상황에서는 모두에게 대단히 호의적이고 개방적이다. 연대와 결합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하는 이유다. 축제는 시민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민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총체공연’을 관광상품화하여 수원의 독자적인 예술문화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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