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지하철 공사로 인해 도시 일부 구간이 정체가 심했다. 이제 도심 곳곳이 말끔히 정돈되고 그 땅속으로 지하철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19일 영통구 망포역에서 수원역까지 시승행사를 가진 바 있다. 사흘 후, 30일부터는 분당선 연장구간인 오리역에서 수원역까지 복선지하철이 완전 개통되어 강남까지 40분대에 달려갈 수 있게 됐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수원이 현실화 됐다. 지하철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뜻 깊은 날이다. 수원의 교통난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수원이 더 빨라지고, 대중교통수단의 대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수원의 새로운 가치를 높이는 출발이기도 하다. 수원시민들의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그렇다. 이제 수원은 인근(隣近)도시 용인 기흥, 성남 분당, 서울 강남을 거쳐 왕십리까지 1시간 안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서민들은 더더욱 반갑다. 지체 없이 달리는 지하철이 시간을 벌게 해주므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른다.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지역이라는 위계(位階)를 넘어서 시민들을 대동(大同)세계로 묶어 내는 견인차가 된다는 점에서도 크게 반겨야할 대역사(大役史)다. 지하철은 새로운 문화를 일군다. ‘할아버지의 시대는 경제를, 아버지의 시대는 정치를, 그리고 자식의 시대가 되면 문화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지하철 개통으로 시민들의 삶의 시간과 공간개념을 확장시켜주는 새로운 문화가 역사(驛舍)주변에 만들어지기에 그렇다. 도시발전과 성장을 가져와 다양한 쇼핑점이 세워지게 되어 상품의 미학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우중충한 주변의 분위기도 사라지고 깔끔하게 단장한 건물들이 속속 들어선다.

지하철의 본령(本領)은 소통이다. 시민과 시민 사이, 도시와 도시 사이를 매개하고 이어준다. 지하철은 우리 일상에서 소중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공사경영의 어려움 탓인지 지하철역에는 내부 통로공간이나 플랫폼에 상점이 자리 잡아 점점 비좁아지고 있다. 채산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몰리는 좁은 공간은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오가는 승객들이 북적거리는 공간을 지나노라면 한층 어수선해진다.

승객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지하철이어야 한다. 그간 지하철 사고를 겪은 대한민국이다.  대구지하철의 대형참사 이후 서울지하철과 부산지하철에서 잇달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지하철 불신이 깊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요즘 이용객이 많은 역사(驛舍)구내에 스크린도어(screendoor)가 설치되어 승객의 전락사고가 방지되어 다행이다. 수시운행정보와 관련 없는 요란한 방송이 흘러나와 플랫폼 대기 승객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승하차시의 안전사고 유발이 걱정될 정도기에 그렇다.

전철 안에서 휴대폰 통화를 자제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승객의 민원대상이 아닌가?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을 정도다. 지하철 노선이 연장되거나 새로 놓이는 것으로 끝난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고속열차 TGV가 열차 내 일정부분을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젠존(zen zone, 禪域)을 만들어 이곳에 앉는 승객은 휴대폰을 끄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행할 수 있게 했다. 휴대폰, 인류의 역사에서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까지 듣는 이 문명의 이기(利器)가 정적을 깨뜨려 우리를 피곤하고 짜증나게 한다. 적어도 수원구간인 청명, 영통, 망포, 매탄, 매교, 수원역에 걸쳐서만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소리의 청정(淸淨)구간’으로 만드는 캠페인을 전개하면 좋겠다. 구내 자동방송으로 이 구간에 들어서면 ‘승객 여러분, 에코(eco)도시-수원구간에서는 휴대폰사용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멘트가 흘러나오면 안 될까. 그것이 기존 지하철과 다름을 보여줘야 하는 뜻에서도 그렇다. 작은 공간일수록 소음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인류가 발견해낸 멋진 금속인 철(鐵)은 무겁다. 지하철 공사는 가벼운 작업이 아니다. 수원 지하철시대, 승객들의 자세와 처신도 가벼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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