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똑똑하다는 뜻을 가진 스마트(smart)가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휴대폰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 생활에 필수품이 된지도 오래다. 스마트 폰이 출시되면서 너도나도 새로운 기종으로 바꿔가고 있는 추세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휴대전화의 스마트화는 다른 영역, 예컨대 TV, 자동차, 가정, 전력에 이르기까지 생활 대부분에 걸쳐 접목되고 있다.   

어느 날 가톨릭 사진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L주교님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니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나에게 “김회장은 어느 기종을 쓰고 계신가요?‘ 하고 물으셨다. 주교님이 입고 계신 신성한 제복과 오버랩 되면서 최신 기종이 일순간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상생활을 떠나 위대함과 존경심을 드러내는 분이기에 그렇다. 최신 기종을 쓰고 계신 것은 참으로 의외였다. ‘저는 옛 기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들릴까 말까한 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낯이 붉어졌다. 그런데 주교님은 ‘김회장은 스마트 폰을 써야지요.’ 예술단체를 맡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 같기도 해 내심 부끄러웠다.

스마트 폰의 용도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버스를 무작정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스마트 폰을 통해 제공되는 버스정보 때문이다. 약속 장소나 맛집이나 커피숍을 찾을 때도 유용하다. 여행준비도 문제가 없다. 기상정보, 고속도로 정보, 심지어 여행지에서 모기를 쫓아주는 앱도 존재한다. 스마트 폰의 진화는 끝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능들이 스마트 폰에 추가 되고 있다. 손안에 세상을 담은 모바일 혁명에 뒤쳐져 있으니 주교님의 말씀은 어찌 보면 당연할 법도 하다.

초등학교아이들이 선호하는 선물 중에 1순위가 휴대폰이다. 입학하기 전부터 부모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등 조작에 익숙해 질 정도니 그럴 만도 하다. 어느 날 큰며느리가 하던 말이 생생하다. ‘아버님, 희연이가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자기 생일날 등을 모두 합쳐서 큰 선물을 사 달라고 졸라요’ ‘무슨 선물인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사 주지 그러느냐는 듯한 어투로 대답했다. 선물의 주문자는 초등학교 2학년인 큰손녀다. 오빠처럼 휴대폰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제 엄마에게 주문한 그 표현이 재미있지 않은가. 생일 기념으로는 휴대폰을 사 달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기념일을 다 합쳐서 사 달라는 주문이니 말이다. 아마도 이것은 연령불문하고 보편적 문화현상 일게다.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견인차가 바로 스마트 폰이 아닌가. 어찌 호기심이 발동하는 나이의 초등학생이 세상을 바꾸는 스마트의 세계를 외면할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가면서 집주소와 연락번호는 바뀌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신조(?)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다. 젊을 때에는 직장이나 사업 관계로 이리저리 옮겨 다닐 필요가 있을 테지만 나이 먹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 아닌가. 아직도 아파트 문화에 절어 있어 뒤늦게 새로운 아파트로 옮겨 앉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자산증식을 위해서 일게다. 우리나라만큼 이사 잘 다니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어디 있나. 전통문화가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영원히 살지 않고 언젠가는 기회만 있으면 ‘앞으로 팔 집’이라는 뜻에서 아파트라고 명명했다고 할 정도다. 내가 휴대폰의 새로운 기종을 꺼리는 이유는 기치(機痴)탓이다. 이제껏 고수해 온 번호를 교체해야 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이미 세상은 인터넷 없이 살 수 없게 됐다. 유선으로 연결되어 공간에 제약을 받던 인터넷은 언제든 선 밖의 세상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한다. 휴대폰 예절문화도 일상에서 벗어나려 한다. 실내외 어디에서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공중도덕인데도 말이다.

대중문화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산물이다. 오늘날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지 않는 대중문화는 거의 없다. 만화라고 하는 대중문화양식도 인쇄술이라고 하는 테크놀로지가 발명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TV도 그렇고 노래방도 그렇다. 보편적 문화현상인 스마트 폰도 테크놀로지의 도움으로 지금과 같은 형태와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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