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신도시 광교지구에 수원의 또 하나의 명소, 광교박물관이 지난 7일 문을 열었다. 고층아파트에 파묻히지 않고 세종대왕의 장인 심온 선생 묘와 태종의 아홉 번째 왕자이자 세종의 이복동생 혜령군 묘가 함께 알맞게 어우러져 있어 다행이다. 단아한 박물관 건물이나 그 주변 배경이 시민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수원광교박물관은 시대의 유산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광교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출토된 발굴유물을 전시한 ‘광교역사문화실’이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굽달린 짧은 목단지, 이만화 묘지석, 안동 김문의 김 찬 교지 등 광교마을의 삶과 문화를 읽을 수 있는 문화유산과 도시변천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국회의원, 문교부장관, 대한체육회장, 약사회장 등을 역임한 ‘소강 민관식실’ 과 우리 역사를 지키기 위한 사료수집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역사학자 ‘사운 이종학실’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유물 기증자 두 분은 수원과 깊은 인연이 있다. 소강 민관식은 수원농립전문학교(현 서울대 농대)를 다녔다. 학창시절 서호에서 학우들과 찍은 사진들은 친근감을 더해 준다. 사운 이종학은 화성출신으로 화서동에서 기거하면서 연구에 몰두하다 작고했다. 이렇듯 두 분의 유물이 수원광교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로 그 가치와 뜻이 깊다. 

특히 소강 민관식 유물은 정치, 사회, 문화, 체육 등 다방면에 걸친 자료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생생한 자료들이다. 박정희대통령, 노태우대통령의 친필서한도 눈에 띤다. 사운 이종학 유물은 조선시대 고서, 고문서, 고지도와 금강산, 수원관련 자료 등이다. 독도박물관장을 역임한 그다. 독도관련자료, 일제 강점기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로 표기된 고지도 등 귀중한 사료(史料)들이 많다. 우리 강역(疆域)을 지키고자 한 평생 애쓴 그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개관기념으로 그의 자료가 중심이 된 “일본 스스로 인정한 일본 옛지도에 그려진 우리땅 독도”전이 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우익화가 극에 달하며 역사왜곡과 독도영유권 주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때에 시의적절한 기획전이다. 사운 이종학실의 진가(眞價)를 보여주는 전시임에 틀림없다.

유물기증자들은 훌륭한 족적을 남긴 분들이다. 그분들이 한 점한 점 모아 놓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기에 그렇다. 관람하는 내내 대단한 집념을 엿볼 수 있다. 그분들의 선견(先見)과 지혜에 감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선뜻 수원시에 기증한 가족들의 고귀한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증유물을 잘 보관하고 전시하여 그 뜻을 살려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후일에 많은 이들이 귀한 유물을 계속 기증하는 대열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몇 해전만해도 박물관의 불모지였던, 수부도시-수원이다. 이젠 역사박물관, 화성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로 광교박물관이 얼굴을 들어냈다. 배움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역사, 문화, 체험의 공간이다. 박물관은 도서관, 미술관과 함께 3대 기본 문화시설이다. 이들은 학문과 지혜의 수도다. 그 나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새겨진 지식의 나이테인 동시에 지식과 정보의 유비쿼터스가 만들어나갈 미래다. 과거에만 머무는 공간이 결코 아니다.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어린이체험실’을 마련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도 잘한 일이다. 발굴체험도 할 수 있고 전시유물과 연계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박물관 한 쪽에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모습이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뿌리내린다면 더욱 보기 좋을 듯싶다. 가족단위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데도 필요하다. 전시유물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때 박물관은 휴식의 매개체도 된다. 삶에서 중요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다. 도서관 못지않게 다양한 박물관 건립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