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역사학자 E.H 카의 말대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과거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꺼내 어떻게 들려줄지는 온전히 지금 사람들의 몫이다. 국가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적 진실만을 교육시킬 의무가 있음에도 일본정부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역사사실마저 왜곡하는 거짓역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역사문제를 국제로비를 통해 왜곡하려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양심과 보편적인 가치문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불과 2년3개월 전에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조형물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에 세워진데 이어 호주 시드니로 번져가고 있다. 국내에는 이미 서울 서초고, 부산 부성고, 거제시와 고양시에 건립되었고 김포, 의정부, 성남, 부산광역시가 잇따라 추진 중이다. 수원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소녀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고 전쟁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평화정신을 담아 위안부소녀상 ‘수원평화비’건립에 나섰다.

수원시에는 13세에 만주로 끌려가 인권을 유린당한 안모(86세)할머니가 생존해 있어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또한 3·1운동 당시 이선경, 김향화 등 여성독립열사가 일본 침략에 맞서 싸우다 순국한 성지(聖地)다. 여성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단체와 개인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수원평화비’란 이름으로 세우기로 결의하고 본격적인 건립운동에 나선 것은 잘 한 일이다. 시민들이 보다 더 관심을 갖고 마음을 모아가야 한다.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한 유린(蹂躪)상을 제대로 인식해 다시는 인류 역사상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염원이 담겨진 조형물이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침략전쟁수행을 위해 이 땅의 어린소녀와 여성을 ‘위안부’로 강제로 끌고 갔다. 수많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 맺힌 한(恨)과 일본군의 야만적인 행위를 기억하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아닌 평화만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수원평화비’건립 취지다. 그간 참가단체 대표와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여 건립추진위 구성과 시민결의대회를 가진데 이어 건립기금 모금에 본격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 분쟁지역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해결방안이기도 하다. 이렇듯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는 이유는 위안부 같은 과거의 잘못이 제대로 단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위안부’에서 역사 교과서까지 갈지자 행보를 하던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갑자기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를 수정하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행’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뒤로는 딴소리를 되풀이 한 전례가 있기에 그렇다. 일본 육군경리단 장교였다가 패전 뒤 산케이신문 사장까지 오른 시카나이 노부타카(鹿內信隆)씨가 위안소를 설치할 당시의 상황을 술회한 내용이 도쿄대에서 일본근현대사를 전공한 교수가 펴낸 ‘종군위안부’에 생생이 기록되어있는데도 아베정권은 발뺌만 거듭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들이 증거사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내어 발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번에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펼치는 위안부 소녀상 ‘수원평화비’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고 평화만을 누릴 수 있기를 염원하는 120만 시민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평화선언이다. 추진위에서 이미 앉아있는 위안부소녀상으로 건립키로 방향을 정하고 설치장소 물색에 나선 듯하다. 어디에 설치하느냐는 수원평화비의 의미를 담는데 아주 중요하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 곳이냐, 아니면 일부로 마음먹고 찾아오게 하는 곳이 좋은가’ 하는 문제다. 팔달산 시민회관과 중앙도서관 주변은 일제당시 그들이 우리국민들에게 참배를 강요하던 신사(神社)터다. 그들에겐 소원을 기원하는 곳이지만, 우리에겐 악몽과 저주의 터가 아닌가. 역사적 장소를 염두에 두고 심사숙고(深思熟考)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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