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평화는 정의의 열매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과 사회, 그리고 국가와 국제체제를 정의롭게 개조해야 비로소 얻어질 수 있다. 평화는 단순히 눈앞에서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날마다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이 일어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 국가는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여 항상 국방과 안전보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국토를 방위하기위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선열들의 은공에 감사하며 그 유지(遺志)를 이어받겠다는 ‘맹서의 표상’이 세워졌다. 수원교육청사거리부터 보훈원 앞까지 1.1km구간 도로가 ‘보훈로(報勳路)’로 지정됐다. 도로명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명예도로명으로 지정 공고 된 것이다. ‘보훈로’라는 표지석(標識石)을 세워, 오가는 시민들에게 보훈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서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하거나 또는 그 보상을 의미한다. 뒤늦었지만 뜻 깊은 일이다. 이 도로를 거쳐 가는 광교산을 찾는 많은 시민이나 등산객, 외지인들이 ‘보훈로’의 취지를 알게 하는 일도 뒤이어져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훈로’ 주변지역은 100년 역사 호국의 얼이 살아 숨 쉬는 터다. 광복 후 첫 육군훈련소, 민족훈련단 종합훈련소가 있었다. 반세기 전부터 6.25전쟁 유가족이 거주하는 국립양로소, 아동보육소, 직업재활원 등 보훈 가족들의 자활자립기반의 터전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은 보훈원, 보훈지청, 보훈교육연구원, 보훈재활체육센터, 보훈요양원, 보훈복지타운 등 대한민국 보훈의 메카로서 각종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곳을 공적을 널리 알려 드러낸다는 창훈대(彰勳臺)라 불렀다. ‘보훈로’를 명명하고 표지석을 세웠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다. ‘보훈의식이 바로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고 했다.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국가보훈이 중요하다. 또한 국가보훈이 국민을 하나로 단단히 결속하는 통합의 기능을 해야 한다.
 ‘보훈로’가 시작되는 초입에 자리한 수원농고 정문 옆에 ‘6.25 참전 학도병 참전비’가 세워져 있다. 이렇듯 ‘보훈로’ 곳곳에 보훈정신 및 호국 정신을 고취하는 조형물을 세우는 일도 필요하다. ‘국가보훈박물관’도 이곳에 세워져야 한다. 상징적인 의미의 명예도로명 부여로 끝내지 말고 보훈의식을 널리 알리는 명실상부한 ‘보훈의 보훈로’가 돼야 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일찍이 “한 개인이나 나라가 패망하는 것은 물질적인 여건이 아니라 정신자세에 기인한다.”고 했다. 국민적 보훈정신이 미약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보훈로’가 국민 모두가 이러한 정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명예로운 거리가 되길 기대한다. 수원시는 ‘보훈로’ 구간에 총 66개의 태극기와 기념깃발을 도로 양쪽에 연중 상시 게양하는 ‘태극기 거리’를 조성했다. 유엔참전국에서 내한 할 때 ‘보훈로’를 방문코스에 포함시켜 국가보훈 외교에 활용할 계획이다. 수부도시-수원이 대한민국 보훈도시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되어 반갑다. 수원의 또 하나의 상징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은 나라가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강력한 보훈정신이 나라를 지키는 원동력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역사적인 존재다. 우리의 삶은 앞선 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을 기초로 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는 흐른다. 궁수(弓手)에게 과녁을 목표로 한 방향설정이 필요하듯이, 우리에겐 역사를 보는 올바른 시각이 필요하다. 명예도로로 지정된 ‘보훈로’를 거닐면서, ‘선열의 유지를 그대로 이어받으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유가족이나 유자녀들을 물심양면으로 진정 위로했느냐?’ 라고 국민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한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6.25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인구가 체험한 인구보다 훨씬 많아졌다. 비록 체험하지 않았다 해도 슬픈 전설을 들을 의무가 우리들 모두에게 있다. 보훈의식을 올바로 갖는 것은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영원히 지키고 영현(英顯)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보훈로’에 담겨진 고귀한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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