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오늘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전 세계의 훌륭한 문학작품과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유네스코가 1995년에 제정했다. 스페인 까딸로니아 지방의 한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세계적 작가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에서 기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책읽기를 서로 권하는 날’로 삼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책이 있다. 아니 인간의 관심은 모두 책으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운명은 그것을 읽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책을 둘러싼 일련의 위기는 우리 자신의 위기, 인간의 위기를 반영한다. 인터넷, 스마트폰, 디지털 매체로 대표되는 새로운 매체 환경의 대두, 활자 매체보다는 영상 매체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 책읽기를 좀처럼 권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책 읽는 사람을 길러내기에는 너무나도 척박한 교육현실도 한 몫 한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1.6시간인데 비해 독서시간은 26분에 불과하다.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주에 ‘수원 문학인의 집’이 문을 열었다. 행궁동에 자리한 문학인의 집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문학을 이야기하고 문학서적을 열람할 수 있다. 문학담론을 나누는 카페,  문인들의 창작공간과 회의실도 갖춰져 있다. 작가를 만나고 그들의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다. 시민들의 독서량이 그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케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민은 문화시민이 될 수 없다. 책을 펴내는 출판은 작가가 쏟아내는 세상에 대한 관심의 표명이다. 알맹이를 널리 알리고 싶은 욕구가 없다면 출판이라는 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 책 읽는 풍토가 조성되면 시민들의 문화수준도 올라간다.

옛 성현들이 풀어놓은 성찰의 지혜는 오늘날 우리 삶에도 유효한 지침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한 단어 한 구절 속에 늘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지혜가 감추어져 있다. 독서예찬론자가 아니더라도,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을 결코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 아니, 두려워해야 한다. 독서는 총체적인 국력의 잣대이기에 그렇다. 지식과 교양을 습득함으로써 인간의 영혼을 풍요롭게 해주는 마음의 양식이자 지혜의 바다다. 인간을 인간답게 해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경쟁상대인 세계인들의 책장은 무섭게 넘어가고 있다.’ 하버드대학 도서관에 쓰인 글귀다. 곱씹어 볼만하다. 도서관도 특성화 시대를 맞았다. 시들해지는 ‘읽는 문화’를 되살려보자는 데 있다.  도서관은 이젠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책을 매개로 우리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수원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 올 한 해만 해도 이미 개관한 대추골 도서관을 비롯해 5개의 도서관이 순차적으로 개관된다. 2017년까지 20개 도서관으로 확충할 계획으로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삶은 이제 무한 속도경쟁의 연속이다. 가파르게 빨라만 지는 삶의 속도 속에서 독서는 언제나 큰 힘을 발휘했다. 독서란 곧 세상을 읽고 나 자신을 옳게 아는 안목을 기르는 일이다. 책이 갖는 생명력과 영향력, 그리고 존재 의미에 대해 위태롭다고 진단하는 목소리도 높다. 책은 상상력의 원천으로 그 역할이 일정 정도 확보되어 있기도 하지만 영상매체의 부상이나 디지털 시대의 등장으로 인한 매체적 영향력의 위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데에 대해 대안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시기다. 책을 위협하는 것들이 아무리 지뢰처럼 깔려 있는 문명의 가속도 시대를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오래도록 친숙한 종이책이 선사한 고전적인 독서의 즐거움이 사라지거나 버림받기는 쉽지 않다. ‘세계 책의 날’에 한 손에 쥐어지는 한 권의 책으로 단조로운 일상에서 편안한 자세로 감각과 의식의 무한 확장을 우리는 체험할 수 있지 않은가. 책을 가까이 하는 시민이 사는 도시가 융성한 문화와 함께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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