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수원은 걷기 좋은 곳이 많다. 나는 미술전시관 쪽에서 저녁 무렵 행사가 있으면 만석공원 일왕저수지를 걷는다. 승용차 안에는 으레 추리닝과 운동화가 갖춰져 있다. 한 바퀴 도는데 12분정도 걸린다. 다섯 바퀴 돌면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땀을 흠뻑 흘릴 정도의 운동량이다. 멋지게 솟아오르는 음악분수도 즐길 수 있다. 적당한 조명은 내 걸음 거리를 즐겁게 한다. 호수 주변에 벚꽃이 폈을 때는 밤 불빛에 멋을 더했다. 꽃구경하고 분수구경하며 주변사람들과 어울려 걷는 기분은 늘 상쾌하다, 또 통쾌하다. 쌀 만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조성된 만석거(萬石渠)의 얼이 녹아 있는 곳, 역시 나에겐 더 할 수 없는 좋은 헬스장이다. 내가 걷는 곳은 정조대왕께서 원행(園行)을 가던 옛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코스, 서호 한 바퀴는 20분 걸린다. 물론 속보(速步)다. 난 평상시에도 어슬렁대며 걷는 것을 싫어한다. 세 바퀴 걸으면 1시간 운동이 된다. 다양한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며 함께 한 이들과 담소를 나눈다. 이 또한 즐거움이다. 서호 경관은 주변에 높고 낮은 아파트, 오가는 전철과 기차, 철새들의 묘한 소리가 호수주변을 걷는 나를 늘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농촌진흥청 담가에 얹혀 뻗어나간 넝쿨에 장미꽃들이 만발할 때, 가로등에 비친 꽃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축만제(祝萬堤) 비석을 지나며 2백여 년 전 국영농장을 세운 정조대왕의 애민애농(愛民愛農)의 거룩한 뜻을 새긴다. 중국 항주의 아름다움을 본받아 세운 항미정(抗美亭), 서호다리를 건너며 새삼 수원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연화장에 조문(弔問)을 다녀오는 때면 으레 광교호수를 두 바퀴 돈다. 기분이 동하면 물위에 떠있는 둥근 조명등을 보려고 신대호수를 걷는다. 거기까지 걷기코스를 확장한다. 워낙 조명시설이 잘 되어 있어 한 시간 동안 걷기에 지루함이 없다. 어둠이 깔려도 안전하다. 주변의 아파트가 광교호수를 껴안듯 있어 내가 영화 속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 온다. 스위스 제네바 도심 한 가운데 있는 호수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경관이 아름답다. 202만㎡의 면적에 물과 자연이 어울리는 자연 친화적인 호수이자 명품공원이다. 국제규격의 스포츠클라이밍장도 있다. 은은한 조명이 걷는 내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는 예전에는 원천유원지라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던 곳인데, 지금은 고급 아파트가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어 그들에게 점령된 듯 느껴져 다소 씁쓸하다. 야산에 둘러싸여 호수만 있던 곳이 고층아파트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기에 그렇다. 테라스 아파트엔 커피점이 몰려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승용차로 어지럽다. 주차공간이 불편하지만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힐링(healing)을 하고 레저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나에겐 걷는 곳이 헬스장이고 헬스클럽이다. 건강증진에 걷기만큼 좋은 게 없다. 별도의 운동기구가 필요하지 않아 좋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건강조사에 따르면 비만율이 24.5%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하루에 30분 이상 걷기를 5일 이상 실천한 사람은 38.2%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다. 비만이 건강의 공적(公敵)이 된 지는 오래다. 걷기는 체중 조절을 위한 쉽고도 효과적인 대표적인 운동이다. 걷기는 신체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척추 및 관절주변의 근력을 강화시켜 주는 전신운동이 아닌가. 월스기념병원에서 해마다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 5km 걷기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뱃살도 빠져 이제껏 입던 옷이 헐거워졌다. 난 서호나 일왕호수, 광교호수 주변을 도는 횟수를 정해 놓고 걷는다. 막연히 걷기보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걷는 게 좀 더 쉽기에 그렇다. 성취감 때문에 즐겁다. 몸을 도우는 데는 식보(食補)와 약보(藥補)가 있다. 많이 움직여서 몸을 돕는 행보(行補)도 있다. 사회구조가 자동화되었다. 자동차, 엘리베이터, 세탁기 등이 신체활동을 대신한다. 오죽하면 승용차가 영구차라고 할까. 오래 탈수록 몸이 망가지기에 그렇다. 우유를 받아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훨씬 건강하다. 의사가 병원에도 있지만 진짜 의사는 내가 걷는 호수주변 헬스장에 있다. 두 다리가 의사다. 두 다리가 튼튼하면 건강하다. 수원은 ‘두 다리 의사’가 활동하기 최적의 고장이다. 수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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