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수부도시-수원에서 국제적 수준의 음악회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4일 개막콘서트를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8일 간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문화, 음악, 그리고 전통의 만남’을 주제로 음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음악축제다. 국내 최정상의 수원시립교향악단, 헝거리 국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신영옥,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오리스트 세르게이 말로프, 첼리스트 지앤 왕, 피아니스트 백건우, 클라리네티스트 존 메네시, 소프라노 홍혜경 등이 마법사 같은 아름다운 소리를 빚어낸다.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선사하는 최고의 하모니다.

한 없이 감미로운 음악이 감상자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숨 막힐 듯 죄어오는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만큼 설레고 흥미롭다. 동시대를 산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가를 생각게 하는 시간이다. 도레미파솔라시, 일곱 개 음계만으로 끝없이 다양하고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놀라운 세계가 아닌가. 완전히 사로잡히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담긴 느낌이나 감정을 집중해 알아야 한다.

음악의 화단(花壇)으로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클래식이라는 관념의 벽에 부딪쳐 낑낑거리는 이들을 들어 올려주는 국제음악제가 되길 바란다. ‘클래식은 길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설 수 있게 말이다. 끈질긴 생명력이 갖고 이어져온 그 소리는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고 들어봐야 하는 일이 우선이다. 알면 알수록 클래식의 세계는 경이롭다. 음악의 성인, 베토벤은 청력을 잃고 교향곡 5번 운명을 작곡했다. 음악가에게 청력 상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비극이 아닌가. 어려운 풍경 속에서 그는 음표를 건져냈다. 위대한 예술을 하려면, 먼저 위대한 삶을 살아야 한다. 위대하다는 것은 성취의 의미가 아니다. 태도의 의미다. 그만큼 음악이 각인(刻印)시키는 힘은 꽤 크다.

한 사람이 작곡했다고는 상상조차 못할 교향곡들이다. 각기 다른 악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여러 연주자들의 혼신의 힘으로 완성되는 오케스트라를 집중하여 듣노라면, ‘어떻게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하는 어렴풋한 호기심을 품게 한다. 시간이 흐르며 클래식 음악이 구체적이고 생생한 소리로 다가온다. 수없이 비슷한 것 사이에서 ‘차이’를 발견해내는 힘, 그게 우리네 삶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에 그렇다. 많은 순간, 음악이 그런 힘을 준다. 시민들이 음악을 들어야만 음악이 존재한다. 음악은 귀를, 때로는 마음을 열어야만 제 소리를 들려준다. 음악은 우리가 착석하기를 기다리는 빈 의자와 같다.

녹음된 음악은 언제나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음악은 그 장소, 그 시간에만 딱 한 번만 유효하다. 완벽에 가까운 녹음앨범이 있더라도 축제 현장에 가서 직접 음악을 듣는다. 수원화성국제음악제를 펼치는 이유다. 국제음악제에서 음악을 감상한다는 건, 두 번 다시없을 어떤 순간에 놓이는 것이다. 연주가 펼쳐지는 라이브 무대 앞에서 우리가 감동하고 감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絃)을 쓸어내리며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소리 그 자체에 빠져 있는 시간은 즐겁다. 클래식이라는 바다는 한없이 넓고 깊다.

3년여 준비하여 펼쳐지는 수원화성국제음악제가 행복의 예술, 음악의 ‘색다르면서도 본연의 즐거움’을 음악애호가나 처음 접하는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다양한 레퍼토리가 부드럽게 아우르며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마치 한편의 연극을 감상하는 듯한 생동감을 줄 거라 믿는다. 오케스트라 악보는 매우 복잡하다. 가수는 한 번에 한 음만 내는 단선적인 음악을 외우면 된다. 지휘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것도 한꺼번에 나타나는 음과 소리, 성부를 다 외우고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핵심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타고난 김대진 상임지휘자, 그가 있어 수원음악은 행복하다. 성공적인 국제적 수준의 음악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음악은 시간 안에 존재한다. 음악에는 ‘다시’ 라는 단어가 없다. 모든 음은 들리는 순간 사라진다. 오직 그때뿐인 가장 적확한 순간에 발생한 음은 결코 다시 들을 수도, 다시 판단할 수도 없다. 수원화성 국제음악회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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