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늘 새롭게 씌어져야 하며 따라서 모든 지난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 칼 베커의 말이다. 새로운 ‘수원시사(市史)’가 5년2개월여의 장고 끝에 15억8천여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드디어 20권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 도시의 역사는 조상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기록은 역사를 밝히는 데 필수적이다. 그간 수원시사는 두 차례에 걸쳐 1권 혹은 4권으로 발간된 바 있다. 사라진 과거를 발굴이란 기술을 통해 유적과 유물을 찾아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당시의 문화와 생활을 복원한다. 기록이 있다고 해도 실체가 사라져 그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면, 자칫 일방적인 집필자의 주장으로 끝나버릴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원시사가 갖는 무게는 자못 크다. 수원의 역사가 그만큼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관찰에 그친 게 아니라, 집필자와 시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전문집필자의 역사적 지식을 덧붙임으로써 수원의 역사를 보다 깊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흔히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를 던지듯이 물으면 단순 명쾌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옛 역사를 오늘의 거울로 삼아 교훈을 얻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핑핑 돌아가는 현대사회,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사회에서 이런 대답은 진부하게 들리게 마련이다. 오늘날 세계는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이름으로 우리 고대사를 마구잡이로 왜곡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 역시 식민지 지배 정책을 미화하여 한국근대화에 기여하였다고 강변하면서 종군위안부 등 인권 유린의 만행을 부정하고 있다.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다. 방대한 분량의 ‘수원시사’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 그림 등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기도 하고 장정이 예쁘고 산뜻한 책 모양도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한몫 거들었다. 역사 대중화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시사는 시대와 더불어 호흡을 같이하면서 보완돼가는 것이 정상이다. 문화는 공유함을 생명으로 한다. 시사편찬에 있어 현장과 문헌 조사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 도시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이나 시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항상 생성, 발전, 변화를 거듭한다. 누가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다방면의 식견을 갖춘 감수위원의 감수가 뒤따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집필자의 기술(記述)에 따라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기에 그렇다.

학생시절 역사를 공부하면서 억지로 외운 역사지식은 시험기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린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거침없이 흘러가는 물결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기 때문에 ‘수원시사’를 통하여 과거를 알고,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현재라는 시간 속에 내가 존재하는 의의를 정당화시켜 주는 가치 있는 유형, 무형의 산물이 바로 ‘수원시사’다. 역사시대 2천년의 수원역사를 각종 자료를 조사, 발굴하고 시민들의 구술을 채록 하는 등 연구원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본 성과물이다. 특히 수원의 역사를 한 권의 답사기로 만들고,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역사와 우수성을 분책으로 제작한 것이 특히 돋보인다. 개인, 가족, 단체, 마을 등 지역의 작은 단위에서 전개된 생활문화사를 놓치지 않고 밀도 있게 담아낸 것도 수작이다. 구술자료의 수집과정 및 아카이브(archive)구축 전 과정을 체계화함으로써 향후 ‘수원학(水原學)’ 정립에 기초가 되는 작업을 마련한 것은 값진 일이다. 120만 인구의 수부도시-수원의 정체성을 보여줘 다른 지자체 시사편찬에도 많은 영향을 주리라고 본다.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정리된 역사가 없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역사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사건의 반복이다. 그 속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면 그 도시는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 수원시사가 서가에 꽂혀있는 박제된 자료가 아니라 시민들이 수원역사, 경제, 정치, 산업, 교육, 문화, 예술 등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동시에 더 넓고 깊은 수원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