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도서관은 매체다. 특이한 매체다. 다른 세계로 연결된 접점(接點)이다. 도서관이 하나 들어선다는 것은 그 지역에 한 공간이 생긴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독서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제가 좋아서 한다. 제 싫으면 평양감사도 안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진리가 아닌가. 가장 강력한 매체가 책이고 책의 곳간은 도서관이다. 시민의 정신과 일상의 감각을 보존하고 환기시켜 주는 매체다.

수원시는 지난달에 권선2동에 한림도서관을 개관했다. 오는 10월 우만동에 창룡도서관, 12월에는 이의동에 광교홍재도서관, 세류동에 버드내도서관과 호매실도서관이 개관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년에는 천천동에 일월도서관, 화서동에 화서다산도서관이 문을 연다. 오는 2017년에는 매탄도서관, 광교푸른숲도서관, 고색역도서관 등이 세워져 총 20개 도서관을 갖춘 도시로 변모한다. 이쯤 되면 수원은 가히 ‘도서관의 수도’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듯싶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잣대는 그 나라 경제력이 아니라 독서량의 정도에 달렸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는 하드웨어는 갖춰졌는데 시민들의 독서열이라는 소프트웨어다. 책은 서가에 장식품으로서의 물건이 아니다. 읽혀야 한다.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의 독서율은 그 도시의 문화수준의 바로미터다. 책읽기는 머릿속에 창의(創意)가 넘치는 시민으로 변화시킨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때마침 수원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독서활동을 확산하고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읽Go 쓰Go 나누Go 수원’운동에 나선다. 책을 읽고 독서 후 감상문을 쓰고 소장한 도서를 기증하는 캠페인성 운동이다. 여름철 방학과 휴가 기간 중에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함이다. 우수한 감상문은 선정하여 시상한다. 기증된 도서는 관내 작은 도서관과 정보 소외계층에 보내진다. 물론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시적인 독서운동으로 끝내지 말고 연이어 개관되는 도서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은 인간의 의식과 사상의 확장이다. 인간과 사회를 새롭게 창조한다. 인생의 질과 격을 결정짓는다. 그 도시의 격과 질을 형성한다. 도서관에 가지 않는 시민들이 도서관에 가는 시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성장과 도약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자신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이 세상은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책의 저장소요 인간과 책이 교감하고 영혼과 인류의 사상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공간이자 마법의 공간인 도서관에 가야만 하는 이유다. 도스토엡스키는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독서를 통해 인생의 새 장을 열어왔는가. 우리들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도서관에서 읽는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백 권이 되고 수천 권이 되면 인생은 반드시 변한다. 책의 힘, 독서의 힘, 그것은 마법이기에 그렇다. 당나귀는 아무리 긴 여행에서 돌아와도 여전히 당나귀일 뿐이다. 결코 내 달리는 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지속적인 독서를 통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최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능력이 아니다. 사람 그 자체의 의식 변화다. 지식은 언제 가는 사라지지만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원은 인문학 도시를 지향한다. 책이야말로 내면으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책은 여행을 다니는 것과 같은 영향을 준다. 여행은 마음의 용적을 넓힌다. 여행을 한 후에는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 내면으로부터 큰 변화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책만큼 우리를 머나먼 곳까지, 높은 곳까지 갈 수 있게 해주는 그 무엇은 없다. 책만큼 아무리 가난한 이라도 어디든지 마음껏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없다. 두보는 ‘만 권의 책을 읽으면 글을 쓰는 것도 신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창조적 미래는 독서에 달려 있다. 수원시가 펼치는 시민독서 나눔문화운동이 시의 적절한 이유다. ‘읽Go 쓰Go 나누Go 수원’운동이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