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이 지나가고 이제 곧 다가올 7.27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이해서 전적지를 방문 해 볼 계획을 세웠다. 전적지를 찾던 중 우리 고장 가까이에 전적지와 가볼만한 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 해 개관하여 많은 학생들, 시민들이 찾는다는 오산시 UN군 초전 기념관이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당장 지난 주말 더위도 피할 겸 기념관을 방문하였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던 그 곳에서 대한민국에서 UN군이 첫 전투를 치렀던 그 긴박했던 상황과 그들의 희생을 마주한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50.7.5 오산시 내삼미동 죽미령 고개에서 작지만 전쟁의 성격을 바꾸는 전투가 있었다. 죽미령 전투는 1950.6.25 북한군이 38선 전역에서 불법 남침하여 수도 서울을 3일만에 점령, 한강을 도하하여 남쪽으로 쳐내려오던 거칠 것 없던 발걸음을 한 호흡 멈추게 한 전투였다. 6시간 15분간 공격의 흐름을 차단, 천안선에서 퇴각하던 국군이 재집결 할 수 있었고, UN군은 무기와 병력을 부산으로 상륙, 전선으로 보내는 데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을 벌어 주었다. 죽미령 전투는 165명의 희생으로 개전 초기 가장 소중했던 재편성의 시간을 벌었던 전투, 이후 낙동강 교두보를 지키는 데 결정적 지연전을 펼친 전투인 만큼 우리는 그 희생과 그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부족한 역사교육여건 속에서 전쟁의 비극과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를 망각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정전 61주년이 되는 지금, 정전의 올바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정전이란 ‘교전 중 어떤 목적을 위해 한 때 서로의 교전을 중지함’이며 교전 당사국들 간의 입장차이로 전쟁의 정치적 목적에 합의할 수 없기 때문에 전투행위의 정지만을 합의한 것이고 국제기관이 개입했을 경우 정전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1953년의 정전협정은 유엔군 총사령관 클라크와 북한의 길일성, 중공의 펑더화이의 서명으로 체결되었는데 이들 사이의 어떤 정치적 합의 내용은 없고, 국제기관의 군대인 UN군의 개입으로 진행되었기에 정전협정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후 1953년 10월 1일 미국과 한?미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하여 미국과의 혈맹관계를 공고히 하였으며, 통일을 위한 협상에도 노력하였으나 북한은 1974년에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제의하였고, 우리 정부는 전쟁의 교전당사국이 평화협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61년의 시간이 무상하게 흐르고 말았다.

물론 그 동안 대한민국에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돼 세계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참전했던 국가를 도와주는 자랑스러운 나라로 탈바꿈 했다. 6.25 전쟁당시 폐허가 돼 잿빛만 무성했던 서울은 세계 정상들이 즐겨 찾는 도시가 되었고, 고된 피난살이의 터전이었던 부산은 세계적인 물류 허브 도시로 성장했으며, 낯선 외국 군인들이 줄기차게 드나들던 인천은 동북아의 관문도시로 성장했다.

다만 북한의 위협은 핵실험 위협,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오랜 정전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 세대들이 경제발전의 열매에 취해 안보의식을 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심 기관으로서 정전 협정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의 자유를 위해 참전했던 UN참전용사의 방문을 기관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UN참전용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참전유공자들과 UN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고 안보 태세를 공고히 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호국영령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1년이 지난 정전협정은 아직 그대로 한반도 위에 남아 있으며, 전쟁의 상흔은 비록 감추어져 있어도 유공자분들과 윗세대 분들의 몸과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이 분들은 물론 우리가 다시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지 않도록 우리는 6.25 전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만들고 그 위에서 한반도 한민족의 궁극적인 소원인 통일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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