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달구는 불볕더위가 그 기세를 더해가는 8월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공원 한 곁에 피어 있는 한 송이 무궁화가 어느새 광복절이 돌아왔음을 일깨워 준다.

광복절은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감격과 환희를 가져다 준 경축일임에는 틀림없지만 한편으론 치욕과 통한의 세월을 떠올리게 한다.

19세기말 급변하는 세계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당파간의 분열로 국력이 약화되자 일본 제국주의에 국권을 침탈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망국민으로 36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애국선열들의 독립투쟁을 거쳐 자주독립의 감격을 되찾은 날이 바로 1945년 8월15일이다.

그리하여 정부에서는 이를 경축하고 선열들의 애국충정을 계승하기 위해 해마다 8월15일이면 광복절 경축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선열들의 독립투쟁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이유는 이를 거울삼아 내일을 준비하고 후세에게 번영된 국가를 물려줄 책무가 있기 때문이며, 이 책무는 일부 지도자나 지도층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주변에는 책임과 의무는 기피하고 자신의 이익을 공익보다 우선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이들의 행태를 간과하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미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과거사로만 치부하고 국가의 소중함을 모르는 일부 젊은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고 서양 문물만을 추구하다 이제는 아예 국가를 버리고 선진국에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민생의 고초보다 자신의 부귀와 권력만을 추구하는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부재는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으로 초래된 게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잘못임에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이 우리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변해야 한다.

자주독립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일신의 영달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풍찬노숙하신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나 자신보다는 우리를, 그리고 국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국가 존립의 위기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나라를 지키고자 헌신했던 분들의 애국정신을 국가와 국민이 기리고, 이를 계승·발전시켜 항구적으로 예우하자는 ‘보훈정신’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국민이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

다가오는 8월 15일은 69주년 광복절이다.

우리는 지금 경제대국 건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경제대국도 건전한 국민정신, 즉 보훈정신의 기반 위에 건립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임을 세계사를 통해 배웠다.

예로부터 강대국 뒤에는 그 국민을 결집시키는 건전한 국민정신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국민정신이 없는 국가는 결국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동서고금을 통해 보훈정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음을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운다.

이제 우리는 보훈을 국민정신의 기반으로 삼고 심해지는 갈등과 분열을 아우르고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할 시점에 있다.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릴 줄 아는 보훈정신이 우리 사회에 충만할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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