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 기자
수원시가 지난 28일 '수원 그날의 함성'이란 이름을 내걸고 화성행궁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수원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기념사업을 연중 추진하겠다며 야심찬 계획 아래 실시한 첫 대중행사였다.

시민들과 학생 약 5천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수원 기생 김향화, 독립운동 비밀결사 이선경, 여성 민족운동가 나혜석 등 3인의 독립운동 행적을 그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행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칠때까지는.

그러나 만세삼창이 끝난 뒤, 갑자기 주위가 웅성이기 시작했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더니 "딱 맞춰 도착했다"며 락밴드 노브레인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무대에 노브레인이 오르자 방금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고은 시인의 시 낭송과 염태영 수원시장의 폐회사 때까지 지루한듯 자리를 지켰던 학생들이 순간 소리를 지르며 무대 앞으로 향했다.

노브레인은 '앞으로 행진곡', '난 네게 반했어' 등을 부르며 흥을 돋궜다. 락밴드 공연에 열광하는 학생들의 입가에선 '대한독립 만세' 대신 노브레인의 노래 가사가 맴돌았다.

이로 인해 불과 몇 분 전까지 독립지사를 기리던 무대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독립운동을 재연했던 곳이 락 공연을 위한 자리로 바뀐 것이다.

'그날의 함성' 소리는 락 공연에 열광하는 환호성에 묻혔고, 결국 콘서트장으로 전락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관광홍보행사도 아니고 독립지사들을 기리는 행사인데 갑자기 락 밴드 공연이라니..."라며 "행사 당일만이라도 마지막까지 민족정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며 자리를 떴다.

콘서트로 변질된 행사에서 수원 지역 근현대사의 독립운동과 민족운동을 재조명하겠다는 행사 취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날 행사는 유감스럽게도 수원 지역의 독립운동을 알린다는 측면보다 인원동원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화려한 볼거리와 연예인 초청 등 인원동원을 위한 기획보다 중요한 것은 갈수록 꺼져가는 민족정신을 되살리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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