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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창사 이래 최악의 시련을 겪으며 창업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군 직접고용 12만명에 이르는 국내고용 1위 기업이 전사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간의 경영권 다툼이 막장드라마로 치닫자 '롯데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순환출자 문제가 재차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올해 10월말께 있을 2개의 롯데면세점 재허가 여부 심사에 경영권 분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롯데 왕자의 난은 치킨게임 양상이다. 누구 하나가 포기해야 끝나는 게임이다. 문제는 살아남은 1인도 온전치 못할 것이다. 한 마디로 형제 모두 공도동망(共倒同亡)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롯데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의 해법은 없을까? 다음의 게임을 통해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당신은 10만원의 지폐를 집은 다음 아무나 두 명씩 짝을 짓는다. 배우자, 직장 동료, 아이들도 무방하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라.

"30초 안에 둘 사이에 10만원을 나누는 방법을 협상할 수 있으면 그 돈을 주겠다. 단 협상할 때는 다음의 3가지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① 5만원씩 공평하게 나눠서는 안 된다. 즉, 5:5로 나눠서는 안된다.

  ② 일단 7만원 vs 3만원이나 6만원 vs 4만원으로 나눈 다음 상대방에게 차액을 나중에 주겠다고 해서도 안된다.

  ③ 단, 30초 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다시 10만원을 내놓아야 한다.

정해진 30초 안에 당신은 어떻게 협상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은 지지 않고 이기기 위해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 문제를 협상 워크숍 시간에 진행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준비할 시간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6:4 또는 7:3, 4:6 또는 3:7로 논리적인 전개방식을 펼친다. 하지만 이 결론은 한 사람이 이기면 다른 사람이 지는 전형적인 Win-Lose 게임이다.

그렇다면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Win-Win 게임'으로 협상을 마무리 할 수는 없을까?

본 게임의 규칙에는 상상력을 동원해 연구하지 말라는 내용은 없었다. 즉, 10만원에 금액을 더하지 말라고 한 규칙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10만원에 추가로 1만원을 더한 다음 11만원을 나누어보면 어떨까?

1만원을 더한 사람이 6만원을 갖고, 상대방이 5만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0만원을 나누기 전에 협상 액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양쪽이 모두 승리하게 된다.

어떤가? '10만원이라는 틀 속에서 나누어야 한다'는 조건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 걸음 물러나 새로운 시각을 통해 그 상황을 살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제 3의 대안 및 제 3의 인물을 개입해야 한다.

이를 현실적인 사례로 접목해보자. 1999년 미국 케이블TV 업계 4위였던 '미디어원(Media One)' 인수를 놓고 AT&T와 컴캐스트(Comcast)의 치열한 경쟁전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두 회사의 경쟁으로 미디어원은 한껏 기고만장해졌다.

여러 가지 조건에서 컴캐스트를 이길 수 없었던 AT&T는 협상상대를 미디어원에서 경쟁자인 컴캐스트로 바꿔버린다. AT&T와 컴캐스트는 미디어원으로부터 원하는 것이 서로 달랐다. 즉, AT&T는 미디어원으로부터 케이블망을 원했고, 컴캐스트는 미디어원이 가진 고객을 원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욕구를 파악한 AT&T는 컴캐스트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이번 입찰에서 빠져주세요. 그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 3개와 200만 명의 시청자(고객)을 넘겨주겠습니다". 결국 컴캐스트는 AT&T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땅한 인수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원은 AT&T를 선택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AT&T는 애초에 원했던 580억 달러로 미디어원을 인수하게 되었다. 이처럼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경우 제3의 대안으로 전환함으로써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롯데그룹 왕자의 난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현재 롯데의 경영권 분쟁 사태는 10만원의 지폐를 나누는 구조처럼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만으로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

당사자간의 협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롯데의 경영권분쟁 사태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본격 개입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기형적 지배구조 실태 조사에 본격 착수했으며, 국세청과 관세청도 롯데그룹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전방위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서도 롯데그룹을 겨냥해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경영권 분쟁은 롯데와 대한민국간의 협상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 만약 정체도 불분명한 일본 광윤사(光潤社)와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 따라 명운이 결정된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주주를 비롯한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시켜 이들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객관적 기준과 근거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더디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국민적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롯데는 대한민국 정부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다. 과거 개발 성장시대에 묵인해줬던 재벌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들이 수용해 줄 수 있을까.

연말이면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은 특허가 만료돼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사리(私利)를 채우기보다 롯데그룹과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우선하는 통찰력있는 판단력을 내려 대한민국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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