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법률연구소장, 전 수원대법대학장, 본보 논설위원

세계 어느 나라든 '선거구획정'은 정치 지망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뿐이랴, 선거구를 어떻게 획정 하느냐는 한 정당의 의원 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돌이켜 보건데 1948년 정부수립 후, 1960년 참의원 선거에서 '대선거구', 1970년대, 공화당 정부 하에서 '2인의중선거구제'를 채택한 사실이 있으나, 제헌 후 지금까지 거의 '소선거구제'를 채택해 왔다.

참의원 선거에서 '대선거구제'는 참의원이 의원들이 지역주민의 시달림에서 벗어나고, 의원들이 '지역이기주의'적으로 활동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참의원 선거에서 '경상도', '전라도' 식으로 선거구가 너무 광역화 되어 있어, 입후보자에 대한 정보 없이 선거에 참여하는 경우와 기권하는 자가 많았다. 특히 국민을 위하여 입법·기타 정치 활동은 소홀히 하는 '명망가(名望家)'들이 의회에 진출했다.

또 70년대의 공화당 정부시절의 국회의원을 일구에서 2인씩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는 1구에서 1인을 선출함으로써 근소한 차로 낙선되는 자를 구제하는 기능을 가졌었다. 다시 말하면, 선에서 '성과가치' 불평들을 어느 정도 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의도는 서울에서 여당이 1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하고, 또 기타 대도시에서 대부분 여당이 낙선하는 '선거참패'(?)를 당해, 그것은 막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중선거구가 채택됐고,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러나 '여촌·야도(與村·野都)' 경향은 여전했다. 이는 대외적으로도 '2등 민주국가'로 평가되기 족한 것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지역감정'이라는 것이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경상도', '전라도' 하는 바람이 그것이었고, 그 밖의 지역의 거주자들은 고향·원적이 어디냐에 따라 그것이 선거에서 투표성향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시적 바람이 부는 한, '소선거구'제를 취하더라도 대도시에서 당선자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공화당은 다시 소선구제로 회귀하였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 지역감정은 내 기억으로는 한 정치인의 발언에서 비롯됐고,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당선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갖가지 방법으로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선거판이 되어 버렸다.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이 지역감정은 '당위적 평가'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즉 국민들은 특정지역 출신의 정치리더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고, 그 정치인이 이끄는 당명만 내걸면 그 지역에서 '부지껭이(?)'라도 당선된 것이다.

이 맹목적·원시적인 '지역감정'을 깨려고, 몸을 던져 노력한 인사도 있었으나, 국민 몸속에 이미 깊이 베어 버린 이 의식을 도려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지역감정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들고 나오기도 하나, 이미 지역감정의 덕을 보고 있는 세력들이 받아드릴 리 만무하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1/2까지만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이대로 하면, 일반적으로 대도시에서는 국회의원수를 늘리고, 농촌지역에서는 지역구를 통폐합하여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

이 헌재의 판결은 '선거의 성과가치평등'이라는 법적측면에서 현재의 선거구를 바라다 본 것이고, 농촌의 경계, 정치 공학적 사정은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긴 하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세력은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유리한 쪽을 택하려 하고 또 다른 세력은 국회의원의 당선인 수를 늘리는 쪽을 택하려 한다.

기득권 세력과 국회의원 지망생들이 거시적·구국적 결단으로 민주주의를 합리화 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한은 연목구어다.

지금 정가의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비례대표제'는 어느 당에 유리하고, 단순히 지역구를 증설하는 것은 또 다른 당에 이로울 것이라는 판정이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헌재의 법적측면에서의 판결은 무시할 수도 없고, 정치세력들의 정치 공학적 난제를 뛰어 넘어 해결 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여론은 국회의원수를 늘리는 것은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정치세력들은 소아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협상·타협해 농촌지역에서 선거구를 통폐합하고, 의원수를 줄이는 대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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