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묘는 인류 공동자산...모든 시민사회와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터”
-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한국문화유산활용단체연합회·국가유산활용학회·국가유산형사회적경제연합회 공동성명 - “영국 리버풀이나 독일 드레스덴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 박탈 결과 초래할 수도” 우려 표명
[수원일보=이민정 기자] 서울시가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종묘 앞 종로구 세운4구역에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허용하자 ‘도시 개발’과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면서 이른바 ‘종묘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적으로 약 169개 지킴이 단체와 약 7만여 명의 지킴이들이 소속된 대표적 민간 국가유산 보호단체인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를 비롯, 한국문화유산활용단체연합회, 국가유산활용학회, 국가유산형사회적경제연합회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종묘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경관 훼손 저지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최호운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회장(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이사장)이 읽은 성명서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조선왕조 600년의 정신이 깃든 성역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에 최고 142m에 달하는 초고층 대형 빌딩 건설을 허용한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 행위와, 이를 용인한 대법원의 판결에 깊은 분노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순한 개발 결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역사적 양심과 문화적 품격을 훼손한 중대한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개발 이익이라는 사적인 가치를 위해 공공의 영역인 문화유산 보존을 희생시키고 법의 정신 대신 법의 형식이라는 취약한 논리에 숨어버린 역사적 퇴행이라고 직격했다.
도시 개발과 유산 보호의 균형이라는 행정의 기본 원칙을 포기한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 행태를 지적하고, 대법원의 판단에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국가유산기본법’ 제15조 ‘국가유산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역사 문화환경을 함께 보호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법의 명백한 정신과 상위법의 입법 취지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 편법적 조례 개정을 옹호한 것은, 사법부 스스로가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해태(獬)’의 역할을 포기하고 문화유산 난개발에 면죄부를 발행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라며 “문화유산 보호의 근본 원칙을 뒤흔드는 위험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가유산 관련 4개 단체는 영국 리버풀이나 독일 드레스덴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15일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외교 문서이자 공식적인 문서’를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er·WHC) 명의로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를 거쳐 국가유산청에 전달한 바 있다.
특히 한류로 인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지금, 조선왕조의 상징인 종묘의 존엄을 시장 논리에 넘기는 것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일방적 재개발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형식 논리에 매몰된 판결을 성찰하며 ▲‘국가유산기본법’의 미비점을 즉각 보완하라고 서울시와 대법원, 국회와 정부에게 요구했다.
4개 단체는 “이번 사태를 대한민국 문화유산 보호 정책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인식하며, 인류 공동의 자산인 종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모든 시민사회 및 전문가와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경관 훼손 저지를 위한 공동 성명서>
우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조선왕조 600년의 정신이 깃든 성역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에 최고 142m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 건설을 허용한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 행위와, 이를 용인한 대법원의 판결에 깊은 분노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발 결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역사적 양심과 문화적 품격을 훼손한 중대한 사태입니다.
법(法)이라는 한자가 공평함(氵)을 바탕으로 순리대로 정의를 실현하라(去)는 준엄한 명령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개발 이익이라는 사적인 가치를 위해 공공의 영역인 문화유산 보존을 희생시키고 법의 정신 대신 법의 형식이라는 취약한 논리에 숨어버린 역사적 퇴행입니다.
서울시는 문화유산 보존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렸습니다. 서울시의회는 문화유산으로부터 100m를 초과하더라도 그 영향이 확실하면 검토하도록 한, 시민과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조례 제19조 5항’를 삭제했습니다. 이는 도시 개발과 유산 보호의 균형이라는 행정의 기본 원칙을 포기한 행위이며, 종묘 주변 개발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서 사회적 공론화와 전문가 숙의 과정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조례 삭제'라는 입법적 편법을 통해 행정의 책임을 사법부의 형식적 판결 뒤에 숨기려는 무책임한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입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사법부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국가유산기본법’ 제15조가 “국가유산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역사 문화환경을 함께 보호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법의 명백한 정신과 상위법의 입법 취지를 외면했습니다. 상위법에 100m를 초과한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형식 논리에 매몰되어 서울시의 편법적 조례 개정을 옹호한 것은, 사법부가 스스로 '해태(獬)' 의 역할을 포기하고 문화유산 난개발에 '면죄부'를 발행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는 문화유산 보호의 근본 원칙을 뒤흔드는 위험한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 국가유산 관련 4개 단체는 보존과 활용이 오직 사회적 합의와 법의 본질 위에서만 가능함을 천명합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본질적 가치가 무너진 개발은 '활용'이 아닌 '파괴'일 뿐이며, 이는 영국 리버풀이나 독일 드레스덴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퇴행입니다. 한류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지금, 조선왕조의 상징인 종묘의 존엄을 시장 논리에 넘기는 것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합니다.
첫째, 서울시는 일방적 재개발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삭제된 조례를 즉시 복원하며, 국가유산청 및 시민사회와의 사회적 공론화의 장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둘째, 대법원은 형식 논리에 매몰된 판결을 성찰하고, 국가유산 보존의 헌법적 가치와 ‘법의 정신’에 입각하여 스스로의 권위를 회복해야 합니다.
셋째, 국회와 정부는 ‘국가유산기본법’의 미비점을 즉각 보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상위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편법적 조례 개정을 막을 제도적 안전장치를 즉시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대한민국 문화유산 보호 정책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인식하며, 인류 공동의 자산인 종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모든 시민사회 및 전문가와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2025년 11월 18일
국가유산활용학회, 국가유산형사회적경제연합회,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한국문화유산활용단체연합회 일동(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