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물의 공통점은 자연에서 태어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다만, 인간은 흙의 품으로, 물은 바다의 품에서 다시 공기 중으로 순환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다시 재생 가능한 물의 뿌리가 되는 하천은 곧 ‘생명’의 근간이다.

‘물의 도시’ 수원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는 4대 하천(수원천, 서호천, 원천리천, 황구지천)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원시는 도심에서 보기 드문 자연형 하천인 4대 하천을 정비해 시민들이 찾고, 즐길 수 있는 수변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수원의 대표적하천인 수원천이 살아나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생태계도 괄목할 정도로 복원됐다. 본보는 특별기획으로 수원의 생명천인 이들 하천의 현황과 시민이용실태, 그동안 벌여온 생태계복원 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향후관리방안 등을 집중 취재 ‘시민을 위한 생태하천 만들기’에 나설 방침이다. <편집자주>

해발고도 582m에 이르는 광교산. 수원시를 북에서 싸안고 있는 형상을 한 광교산은 주변에 큰 산이 없는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다.

때문에 수원시를 흐르는 모든 물줄기는 대부분 북에서 남쪽으로 흐른다. 수원의 젖줄인 4대 하천 모두 광교산 줄기의 산맥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원에는 큰 강이 없지만, 이른바 수원 4대 하천으로 불리는 황구지천과 서호천, 수원천, 원천리천 등의 2급 하천이 있다. 총연장 길이 59.45㎞에 달하는 4대 하천은 국가 지정 2급 하천이다.

수원시 북쪽 파장동 파장동산(367m)에서 발원해 서호 저수지를 거쳐 장지동까지 총연장 11.52㎞(유역면적 30.50㎢)의 서호천은 연간 수량이 많지 않다.

예전엔 농업용수로 주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쓰임이 그다지 크지 않다. 서호천 유역을 동서로 횡단하는 수인선 철도의 남쪽은 개발이 더딘 반면 북쪽은 이미 시가지화돼 아파트단지들이 대거 들어섰다.

또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수원천(광교저수지~대황교 구간 16㎞, 유역면적 25.37㎢)과 원천리천(원천유원지~대황교 10.5㎞, 36.70㎢)은 대표적 도심형 하천이다.

대부분의 도심형 하천들이 시멘트 등으로 둑을 쌓아 인공하천으로 만든 반면 이들 하천은 자연 그대로를 유지해 하천의 모양새가 뱀의 움직임처럼 구불구불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원의 대표적 하천인 수원천은 광교저수지 밑 광교공원에서 지동교까지 자연형하천으로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수원천에 발을 담그는 일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다시 멱을 감고 놀 정도로 맑은 1a(매우좋음)급수가 됐다.

자취를 감췄던 버들치를 비롯해 1급수에만 산다는 다슬기와 큰줄날도래 등 저서생물들도 돌아왔다. 오랜 시간 시의 수질개선 의지과 시민들의 생태복원 노력이 빚어낸 결과다. 또 최근에는 지동교에서 매교교까지 780m 복개구간을 걷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의 서북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흐르는 황구지천은 수원 인근 5개 도시를 관통하는 비교적 큰 하천이다.

의왕 왕송저수지에서 시작해 수원~화서~오산~평택호에 이르는 32.5㎞(국가하천16.3㎞, 지방2급 하천 14.1㎞)구간으로 수원시에 절반 정도인 14.1㎞ 걸쳐 있다.

경기도가 관리하는 황구지천의 경우 지난해 수질 조사에서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가 15.3㎎/ℓ로 6등급(10㎎/ℓ 초과, 매우 나쁨)일 정도로 수질이 좋지 않다. 때문에 인근 지자체들과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황구지천 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호천을 비롯해 수원천, 원천리천이 모두 대황교동에서 황구지천과 합류해 화성시 경계로 이어진다. 잔 나뭇가지가 한데 모여 나무 기둥을 이룬 듯 4대 하천도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수원지역 모든 하천의 줄기와 뿌리가 다르지 않음이 자명하다.

시 관계자는 “어느 한 곳만 집중한다고 수질 및 생태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4대 하천의 수질과 생태기능, 자연 정화작용 부여, 재해예방 정비사업, 수변공원 조성 등의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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