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일보=김종식 대기자] 1986년 11월 LNG선 입항에 따라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한 평택·당진항이 개항 39년을 맞았다. 인천항 지원성격의 공업항으로 출발했지만, 39년동안 평택·당진항이 걸어온 길은 산업항으로 ‘압축 성장’ 그 자체다. 물동량은 60배 가까이 늘었고, 항로는 동남아-중국-일본을 잇는 ‘중핵 노드’로 확장됐다. 부두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면서 돌핀부두·동부두·서부두·고대부두·송악부두·국제여객부두까지 물류 스펙트럼을 넓혔다. 평택·당진항은 ‘젊은 항만‘이란 이름에 걸맞게 수소·친환경, 랜드브릿지 거점항만 등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 서해안 거점항만으로 성장
평택·당진항의 성장은 항만의 기본 지표인 물동량이 증명한다.
1980~90년대 초창기 연간 물동량은 198만t에 미치지 못했으나, 2024년 말 1억1천695만t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컨테이너는 2000년 988TEU에서 2024년 92만4천TEU로 900배 이상 늘었다.
2001년 서부두, 2007년 현대제철 철재부두, 2007~2008년 동부두 기아자동차부두 2선석과 자동차전용부두 1선석이 준공하는 등 이 시기 자동차 전용부두와 벌크부두의 조성이 평택·당진항 도약의 첫 전환점이 됐다.
2005~2015년 10년간 평택당진항의 화물처리실적은 10.2%라는 높은 연평균증가율(CAGR)을 기록했는데, 이는 부산항 5.2%, 인천항 2.5%, 광양항 4.4%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2012년 물동량 1억71만2천t을 달성하면서 꾸준히 증가, 서해권 핵심 항만의 위상을 굳혔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전국 수출입 1위 항만으로 특화되어 있으며, 한·중·일을 잇는 물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물량 증가’가 아니라, 항만 구조의 전문화와 기반시설 투자, 신항만 구역 확장이라는 결과가 맞물린 성장이다.
◇ 항로개설 확대…중국과 동남아 잇는 ‘실크로드 허브’
평택·당진항 경쟁력의 두 번째 축은 항로 확충이다.
한·중 교역이 급성장하던 시절, 산둥반도와 랴오닝성의 여러 항만과 평택·당진항을 잇는 정기 항로는 기업들의 ‘시간 절약’과 ‘비용 최적화’를 동시에 실현했다.
이후 동남아 항로가 개설되면서 항만의 물류 지형은 더 넓어졌다.
베트남·태국·필리핀 등과의 컨테이너 및 벌크 물류가 증가하며 ‘서해 중심 국제항’으로서의 체계가 완성됐다.
1986년 LNG선, 2000년 컨테이선(평택~홍콩)이 입항 이후 2010년 동남아 노선 취항, 2011년 카페리선 중국 일조 취항, 2020년 중국 칭탕·웨이팡 취항, 2022년 일본 기항 신규 컨테이너 정기선 취항, 2023년 신규 컨테이너 정기선 2개 항로 취항, 2024년 신규 컨테이너 정기항로 취항, 2025년 신규 컨테이너 정기항로 취항 등 컨테이너선 17개 항로가 운항중이다.
또 자동차(카 캐리어선) 항로는 미주, 유럽·아프리카, 중국·일본, 호주·뉴질랜드, 아시아,중동, 중남미·카리브 등 7개 선사가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신규 항로를 발굴중이며, 환적 네트워크 구축 등 더 큰 해운 얼라이언스 속으로 편입되기 위한 시도도 진행 중이다.
◇ 부두 증설과 배후단지 확장…산업과 항만이 함께 자라
평택·당진항 40년 발전사를 이야기할 때 ‘부두’와 ‘배후단지’를 빼놓을 수 없다.
초기 1선석에서 출발한 부두는 현재 자동차·컨터이너·철강·잡화·돌핀부두까지 세분화된 형태로 확정되었다,
돌핀부두→동부두→서부두→고대부두→송악부두로 이어지는 항만 구역 확장은 단순한 기반 시설 확대가 아니라 항만 기능을 고도화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에 배후단지 개발은 지역 산업 생태계 전체를 키워냈다.
아산국가산업단지(포승·부곡·고대지구), 경기경제자유구역(포승지구), 자유경제지역 등은 항만-제조업-물류기업의 삼각 벨트를 견고하게 만들며 경기도 서해안 산업의 ‘히든 엔진’ 역할을 해냈다.
배후단지 성장은 자동차 수출, 철강 물류, 냉동·냉장 물류, 가공·조립형 산업 등 다양성을 확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 ‘수소 항만·친환경 항만’으로 변신중인 평택·당진항
평택·당진항의 미래는 친환경과 에너지 전환이 핵심 키워드다.
항만은 탄소중립 시대 가장 빠르게 변화해야 할 인프라로 꼽히고 있으며, 평택·당진항은 이미 ‘수소 항만’ 기틀 마련에 착수했다.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이 가능한 체계를 항만 내 구축함으로써 ‘서해안 수소 클러스터의 중심지’로 거듭나려는 전략이다.
평택·당진항은 최근 수소항으로 지정됐고, 항만주변 수소 교통복합 기지에서 현재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지난 10월28일 ‘친환경 선박 등장에 따른 녹색항로 구축 전략’ 포럼을 열고 평택·당진항을 수소 허브로 조성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육상전원공급장치(APL), 저탄소화 장비 도입, 친환경 선박 연료 보급 기반 확대 등 친환경 항만 전환 시도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설 확충이 아니라, 향후 국제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 서해 랜드브릿지 핵심 거점…수도권, 부산항-평택당진항-중국-유럽 연결 신해양축
최근 떠오르는 화두는 ‘서해 랜드브릿지’다. 태국 랜드브릿지 사업이 동남아 물류 구도를 바꾸고 있듯, 한국도 서해안에서 새로운 연결축을 모색하고 있다.
평택·당진항은 그 중심에 있다.중국-평택-동남아를 철도·도로로 연결하는 복합운송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의왕물류기지-부산항-중국 연운항-카자흐스탄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을 추진, 환적시간 단축과 운송 기간을 크게 감소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입증했다.
글로벌 항만인 부산항보다 지리적 입지가 좋은 평택·당진항도 랜드브릿지를 활용한 복합운송을 준비해야 한다.
◇ 젊은 항만의 40년, 그리고 미래는?
평택당진항의 지난 40년은 ‘기반을 닦은 시간’이었다. 항만은 한 번의 개발로 완성되지 않는다.
성장, 부지 확보, 부두 확장, 항로 개설, 배후단지 개발, 그리고 산업 전반과 연결되는 진화를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평택·당진항이다.
이제 평택·당진항은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친환경, 디지털화, 수소에너지, 자동차 특화항만, 서해 랜드브릿지…. 이 미래 전략들이 본격적으로 결합될 때, 평택·당진항은 단순한 ‘지역 항만’이 아니라 동북아 물류를 움직이는 본격적인 국제 허브로 도약할 것이다.
서해에서 가장 젊은 항만, 평택·당진항. 그 40년의 기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항해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