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일보=김종식 대기자] 최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의왕물류기지~부산항~중국 연운항~카자흐스탄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을 추진, 환적시간 단축과 운송 기간을 크게 감소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입증했다. 화물의 생명은 운송시간과 비용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화주와 해운업계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부산항은 글로벌 항만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평택·당진항에 비해 운송기간이 길고, 대형 허브항 구조가 민감한 국제복합운송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평택·당진항 동북아 랜드브릿지의 새로운 축으로 관심, 동북아 랜드브릿지의 재해석...왜 지금 평택당진항인가? 등을 통해 동북아 랜드브릿지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조명한다.(편집자 주)
평택·당진항이 동북아 물류 지형을 다시 그릴 ‘대한민국 랜드브릿지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2025년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추진 한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의왕물류기지~철도~부산항~중국 연운항~철도~카자흐스탄) 노선이 기존 해상 중심 동북아 교역 구조를 흔들며, 환적시간 단축과 운송 기간 감소라는 성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화주와 선사 등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부산항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전체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 대안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확장 가능한 거점으로 부산항에 비해 화물 운송 기간이 1~2일 더 빠른 평택·당진항(컨테이너·자동차·벌크·석유 등 복합 기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상 거리, 항차 구조가 바꾸는 동북아 복합운송의 ‘경제성’
부산항은 한국 최대의 환적·중계항이지만, 수도권 화물의 대부분이 트럭·철도로 남해안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구조적 제약을 갖는다.
반면 평택당진항은 수도권 화물의 70%가 반경 70㎞ 이내에 위치, 항만 접근성이 압도적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거리 문제가 아니라 운송 총 리드타임(물품의 발주부터 남입되어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의 기간)·복합운송 비용·CO₂ 배출량 등 전반의 효율성을 좌우한다.
부산항에서 중국 산둥반도의 연운항(580마일), 룽청항(440마일), 웨이하이항(440마일)이지만, 평택·당진항에서는 연운항(280마일), 룽청항(220마일), 웨이하이항(220마일)로 산둥반도 북·중부 항만과 거리가 평균 1.5배 정도 가깝다.
이로 인해 단축되는 해양 시간과 단축되는 내륙 운송 시간이 동시에 발생, 화물 운송 시간이 부산항에 비해 1~2일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복합운송 시간 평택·당진항이 부산항보다 빠를 수 밖에 없는 구조
평택·당진항의 가장 큰 강점은 수도권-항만 연결 리드타임이다.
산둥성을 기준으로 할 때 부산항의 운송 시간은 수도권→항만 내륙 운송과 해상운송, 터미널 체류시간 등을 포함하면 총 3~4.5일 소요되나, 평택·당진항은 2~3일 소요된다.
부산항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 허브이나 터미널 혼잡도, 선박 회항 간격, 환적 중심 운영 구조 등으로 복합운송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평택·당진항은 항만 규모가 작지만 정기선과 RO-RO선의 항만 연계 최적화를 통해 “작지만 빠른항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합운송 비용 모델…평택·당진항이 비용·시간 모두에서 경쟁력
수도권에서 산둥항 기준, 평택·당진항의 해상운임은 1TEU당 100~150달러, 내륙 트럭운송비 30만 원, 터미널 체류 조작비 10만원 등 예상 복합운송 비용이 부산항에 비해 50만 원 가량 저렴하다.
부산항은 해상운임이 높은 반면 평택·당진항은 중단거리 중국 노선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을 유지할 수 있다.
CO₂ 배출량을 줄이고, 도로 파손, 인건비 등 연결비 절감이 비용 차이를 더욱 확대한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단순히 지리적 강점으로 성공 어려워
랜드브릿지는 더 이상 북·미·동아시아만의 전략이 아니다.
태국은 ‘크라 랜드브릿지 프로젝트’를 통해 남부 라농(안다만 해)과 춤폰(태국 만) 간 90㎞를 고속도로와 철도, 그리고 대형 항만으로 연결해 두 바다 사이를 육상으로 이어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2026년 입찰, 2030년 1단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금까지 화물선은 멀리 떨어지고 좁고 혼잡한 말라카 해엽이 아닌 태국 랜드브릿지를 통해 삽시간에 화물을 이동할 수 있게된다.
이로 인해 태국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동시에 아우르는 지정학적 거점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맥시코의 테우안테펙(Interoceanic Corridor) 회랑 프로젝트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물류 흐름의 중심이었던 파나마 운하가 가뭄과 비용 상승으로 예전에 비해 안정적이이 않은 상황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길이 302㎞의 새로운 복합운송 물류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노선은 태평양의 살리나 크루즈(Salina Cruz)에서 대서양의 코아츠아코알코스(Coatzacoalcos)까지로 파나마 운하 통과 대기시간(최대 2주). 운임비용 증가(약 8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 경로로 추진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환적 중심’에서 ‘복합운송 중심’으로 이동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탄소 감축, 운송 리스크 최소화, 리드타임 단축,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가 그 이유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항만·철도·도로·통관 등 복합 인프라(항만·철도·도로·통관)와 운영 조정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는 공통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평택·당진항 모델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항만–철도–해운–통관이 한 체계로 통합되지 않으면, 단거리 해상구간이라는 강점도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현실적인 한계도 뚜렷…선사 네트워크·터미널 여건 보완 필요
평택·당진항이 즉시 부산항의 대안이 되긴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정기 항차 부족과 스케일의 경제 부재다.
부산항은 글로벌 선사들이 상시 호출하고, 대형 컨테이너선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반면 평택·당진항은 중형선 위주 항차가 많고, 선사 입장에서는 고정 물동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기노선 배정이 어렵다.
또한 수심·접안능력·자동화 설비·야드 처리능력 등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랜드브릿지형 복합운송은 내륙 철도와 항만의 스케줄이 1~2시간 단위로 정교하게 맞물려야 하기 때문에, 전용철송·터미널 운영 프로토콜·관세·검역 절차 간소화 등 운영 체계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평택·당진항을 활용하려면 선박 회전율과 터미널 처리능력이 확보돼야 한다”며 “또 통관이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간 단축 효과는 상쇄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평택·당진항 지금부터 준비해야
1단계로 산둥성 3대 항만(웨이하이·연운·룽청) 정기항로를 확대하고, 철송~평택당진항 연계, 항만 자동화와 배후단지 확충이 필요하다.
2단계는 의왕–평택·당진항–산둥반도–중앙아시아 구간 ‘One-Document’ 도입과 선사·철도·물류기업 3자 통합 스케줄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탄소배출량 감소형 복합운송 인증제 도입도 필요하다.
3단계로는 중국 북부·중앙아시아·유럽과의 복합운송 루트 정규화, 평택·당진항 컨테이너 전용부두 확대, 공공–민간 공동 물류데이터 플랫폼 구축, 전국 항만과 역할 분담(부산항: 글로벌 환적, 평택당진항: 동북아·중앙아시아 복합운송)을 해야 한다.
◇‘작지만 빠른 항만’ 평택·당진항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평택·당진항을 활용한 랜드브릿지 전략은 단순히 “부산의 대체재”가 아니다.
한국 전체 공급망 구조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축이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라면, 평택·당진항은 수도권 중심의 ‘프런트도어(Front Door)’ 역할을 맡게 된다.
산둥성–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국제복합운송의 시대.
누가 먼저 ‘빠르고 가벼운 구조’를 갖추느냐에 국가 경쟁력이 갈린다.
그 출발점이 바로 평택·당진항이라는 데 항만·물류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 중심의 해상·철도 운송망이 재편되는 시점에 서 있다.
평택·당진항이 이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 한국은 부산항 단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동북아 랜드브릿지의 다중 네트워크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