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백 대림대 교수, '파킨슨병 환자의 언어병리 치료에 관한 새로운 기법' SCI급 국제 학술지 발표
[수원일보=엄인용 기자] 파킨슨병 환자 발생이 최근 대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파킨슨병 동반 언어장애 치료 국내 최고 전문가가 대한파킨슨병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여러 대학에 특강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신희백 대림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이다.
본보는 신 교수를 만나 파킨슨병의 현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해부해 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 박사학위 논문이 파킨슨병 환자의 언어병리 치료에 관한 새로운 기법으로 SCI급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고 하던데?
"제 연구는 한 줄로 말하면 '파킨슨병 환자의 말을 어떻게 명료한 상태로 상대에게 도착시킬 것인가'이다. 박사과정에서 CSIP, 우리말로 하면 명료발화 중재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파킨슨병 환자 열다섯 분을 대상으로 한 첫 연구를 2022년 'International Journal of Speech-Language Pathology'24권 1호에 실렸다.
SCIE와 SSCI에 함께 등재된 학술지이고, 4주 동안 총 8회기 중재로 말 명료도와 억양, 강도, 조음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좋아졌다. 지난해에는 그 후속 임상연구를 학술지 'Communication Sciences & Disorders' 30권 4호에 실었는데, 파킨슨병 환자 열한 분에게 4주간 8회기를 진행한 결과, 말 명료도 향상에 기여하는 변수들의 긍정적인 향상을 보였다."
- 파킨슨병은 어떤 질병인가?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줄어드는 퇴행성 질환이다. 흔히 손 떨림이나 느려진 걸음으로 아시지만, 사실 말과 목소리에도 똑같이 온다. 목소리가 작아지고, 억양이 밋밋해지고, 말이 빨라지면서 뭉개진다. 오히려 떨림보다 목소리가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진행 단계를 나누는 척도에는 이게 잡히지 않는다. 저는 이걸 빙산에 비유했다. 물 위로 보이는 건 떨림과 굳음인데, 물 밑에 잠겨 있는 게 작아진 목소리와 뭉개진 발음이다. 더 어려운 건 본인이 잘 모르신다는 점이다. 환자분은 100의 크기로 말한다고 느끼는데 실제로는 30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치료실에 오시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사람들이 저보고 화났냐고 해요.” “손주가 할아버지는 무섭다고 안겨오질 않아요.” 표정 근육까지 굳으니 마음이 밖으로 전달될 통로가 다 막히는 거다. 목소리의 계기판이 잘못 맞춰진 상태라고 보시면 되고, 언어재활은 그 계기판을 다시 보정하는 일이다."
- 파킨슨병 환자 발생이 최근 대폭 증가되고 있는 추세인데, 세계적 추세와 국내 추세를 비교한다면?
"파킨슨병은 나이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 고령화 속도를 그대로 따라간다. 지난해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세계질병부담 연구를 보면 전 세계 환자가 2021년 1,190만명에서 2050년 2,520만명으로, 약 112%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증가분의 89%가 고령화 때문이고, 특히 동아시아가 1,090만명으로 가장 많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는 파킨슨병 진료 인원이 2020년 12만 5천여명에서 2024년 14만 3천여명으로 4년 만에 14% 가까이 늘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니 앞으로가 더 가파를 것이다.
그런데 제가 더 걱정하는 건 숫자 자체가 아니다. 환자는 이렇게 늘어나는데 말과 목소리를 봐주는 인력과 제도는 거의 그대로라는 점이다. 운동문제를 해결할 약과 수술은 발전하고 있는데, 그 뒤에 남는 ‘말의 문제’를 맡을 사람이 없다."
- 최근 대한파킨슨병협회와 MOU도 맺고 여러 대학에서 특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단법인 대한파킨슨병협회와 2025년 8월 29일에 업무협약을 맺었다. 저비용 언어재활 서비스와 연구 참여, 학생 봉사 연계, 전문가 특강까지 함께 묶은 협약이다.
지난해 임상연구에 참여해주신 환자분들도 협회를 통해 모집했고, 협회 홈페이지에 ‘파킨슨병 음성 말하기 연구 참여자 모집(대림대학교)’ 공고가 올라 갔다.
올해는 학부생 스물네명이 협회와 함께 멘토링을 진행했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도 진행됐다. 특강은 지난 5월 8일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에서 했다.
그리고 6월 10일에는 AI 인지·언어 솔루션 기업인 마인드허브, 안양시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 AC3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다.
AC3는 ‘Aged Care Communication Center’의 약자로, 고령자의 의사소통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2학기부터 파일럿으로 운영해볼 생각이다. 그런 자리에서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은 하나이다. 목소리 문제는 병의 부수적인 증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문제라는 점이다.환자분들이 “그 얘기를 이제야 듣는다”고 하실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 우리나라는 큰 병원들이 보험·진단 등 의료 행정 서비스가 잘 돼 있는데, 언어치료부문 아동과 성인 치료분야는?
"솔직히 말씀 드리면 많이 기울어져 있다. 아동 쪽은 바우처 제도가 있고 복지관과 사설 센터도 늘어서, 완벽하진 않지만 길은 있다. 문제는 성인이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환자분이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받다가, 퇴원하는 순간 끊긴다. 지역사회에 이어 받을 곳이 거의 없다. 정작 말은 퇴원 후 몇 년에 걸쳐 회복되는데, 제도는 몇 주에서 끝나는 셈이다. 큰 병원이 많은 것과 환자가 집 근처에서 꾸준히 받을 곳이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이다. 그래서 경기도에서는 성인언어인지통합서비스라는 성인 바우처를 개설했고, 제가 양평에서 센터를 운영할 때 많은 성인 환자분들이 지역사회 바우처를 통해 저에게 언어치료를 받으시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처럼 성인 언어재활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 그렇다면, 미국이나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은 언어병리사(SLP)가 병원뿐 아니라 학교, 요양시설, 가정방문까지 배치돼 있고, 영국은 국가 의료체계 안에 재활 경로가 정해져 있으며, 일본은 고령화를 먼저 겪으면서 삼킴과 말 재활을 노인 돌봄 안에 넣었다. 프로그램도 여러 갈래가 있다. 목소리를 다루는 LSVT LOUD, 몸의 움직임을 다루는 LSVT BIG, 그리고 SPEAK OUT! 같은 것들인데, 이 가운데 LSVT LOUD가 언어재활 쪽이고 LSVT BIG는 물리치료 쪽이다. 이름보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 ‘생활에서의 도착’을 목표로 둔다는 점이다.
다만 저는 비교가 부러움으로 끝나면 더 지친다고 본다. 비교는 판정이 아니라 지도여야 하고, 우리는 그 지도를 통해 길을 찾아가며, 우리 형편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작은 고리부터 만들어야 한다."
- 말씀 중에 “우리 형편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작은 고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어떤 고리를 만들고 있는지?
"현재 대림대학교 언어치료학과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분들을 위한 언어재활 서비스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학생 언어재활 실습생들이 학과 교수진의 지도와 감독 아래에서 파킨슨병 환자분들께 직접 언어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저는 학기 중에는 강의를 하고, 방학 기간에는 파킨슨병 환자분들을 모집해서 CSIP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 작년 여름과 겨울, 그리고 올해 여름까지 세 번의 방학 동안 모두 합해 약 서른 분의 파킨슨병 환자분을 만났다. 그 자료를 토대로 환자분들의 말 명료도가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있고, 이 결과는 별도의 논문으로 준비하고 있다."
- 한국언어치료전공 학생협의회 회장으로 당선돼 언어재활사 국가고시를 위해 삭발하고 전국 대학생 대표 1~2천명을 이끌고 국회와 보건복지부, 프레스센터를 오가며 시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2년의 일이다. 그해 8월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언어재활사가 드디어 국가자격이 됐는데, 정작 그 자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를 두고 학생들이 크게 반발했다.
시험을 누가 출제하고 심사할 것이냐, 치료에 다른 직역의 처방이 필요하냐는 이야기까지 여러 쟁점이 오갔지만, 저희가 끝까지 붙든 핵심은 하나였다. 자격의 질을 누가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문제였지요. 저희 학생들은 수천 시간의 강의를 듣고 임상실습을 채우며 그 자격을 준비해 왔는데, 문턱이 헐거워지면 결국 손해는 환자에게 간다고 봤다. 그래서 전국의 언어치료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길거리로 모였고, 저는 협의회 회장으로서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았다. 스무 살 남짓한 학생들이 수업을 빼고 서울로 올라오던 그 얼굴들을 지금도 기억한다. 저는 그때 배운 게 하나 있다. 전문성은 저절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증명하고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지금도 논문을 쓰고 책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 우리나라에는 언어치료학 관련 학회나 협회가 그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활발하다. 한국언어청각임상학회와 한국언어치료학회가 대표적인데, 학술지를 발간하고 매년 학술대회를 열어 연구와 임상을 잇는 역할을 한다. 제 지난해 논문도 한국언어청각임상학회의 학술지에 실렸고, 저는 한국언어치료학회 홍보이사를 맡아 올해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한국언어치료학회 학술대회는 저희 학교인 대림대학교에서 11월에 열린다."
- 치료에 도움이 되는 책도 곧 출판된다고 들었는데.
"지금 교정 작업 중이고 9월에서 10월쯤 나올 예정이다. 치료사용 전문서가 아니라 환자분과 가족이 집에서 읽어보실 수 있는 책으로 썼다. 그래서 이론이 아니라 제가 환자분들을 만나면서 들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 끝으로 앞으로 계획중에 있는 앱 개발은?
"제 연구인 CSIP를 환자분이 집에서 연습하고 훈련하실 수 있게 옮긴 말 훈련 앱이다.
다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이 도구는 진단을 내리는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환자분이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다.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하고,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초기 파일럿에 참여할 파킨슨병 환자분들을 모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