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을 "사실상 부도 상태"로 규정했지만, 현재 재정수치를 지방재정법상 기준에 대입하면 법정 재정위기 수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채무 규모와 상환 부담이 해마다 늘고 필수지출 비중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제 재정운용 여력은 줄어드는 흐름이 함께 확인된다.
수원일보가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도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15.57%다. 채무잔액 6조2368억원을 올해 본예산 40조577억원으로 나눈 값이다.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65조의3이 정한 재정주의 기준(25% 초과)보다 9.43%포인트 낮다.
본예산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채무잔액이 10조144억원에 이르러야 재정주의 기준선에 닿는다. 지금보다 3조7800억원이 더 늘어야 하는 규모로, 지난해 도가 발행한 지방채 9430억원의 4배다.
추 지사 측이 제시한 약 7조원의 '갚아야 할 빚'을 그대로 채무로 가정해도 비율은 17.47%로, 이 역시 재정주의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
다만 추 지사 측의 7조원과 지방재정법상 채무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추 지사 측이 밝힌 금액에는 기금 차입금과 지방채 원금뿐 아니라 앞으로 부담할 이자가 포함돼 있다. 반면 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채무잔액은 공식 채무관리 기준에 따른 수치다. 추 지사 측이 세부 산정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두 수치의 정확한 차이는 현재 공개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절대적인 수준만 놓고 보면 도는 법정 재정위기와 거리가 있다. 하지만 채무의 방향성은 다르다.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채무잔액은 2020년 말 1조7693억원에서 2021년 2조9112억원, 2022년 3조8362억원, 2023년 4조5067억원, 2024년 4조9848억원, 2025년 말 6조135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6월 말에는 6조2368억원이 됐다. 5년 반 만에 3.5배다.
지방재정365 공시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도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2020년 4.53%에서 2021년 6.28%, 2022년 9.12%, 2023년 11.61%, 2024년 11.95%로 매년 올랐다. 2025년 도 집계치는 12.55%다.
다만 이 수치와 본지가 계산한 15.57%는 분모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지방재정365 공시는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한 최종예산액을 분모로 쓰는 반면, 본지는 확정된 본예산을 적용했다. 분모가 작을수록 비율은 높게 산출된다. 다만 어느 기준으로 보든 비율이 매년 오르는 흐름은 같다.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도의 관리채무상환비율은 8.39%로 행안부 재정진단 기준인 12%보다 낮다. 하지만 2021년 2.19%에서 2022년 4.31%, 2023년 7.27%, 2024년 8.39%로 3년 만에 4배 가까이 올랐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종합보고서에서 지역개발채권 발행 증가에 따른 신규 지방채 발행 최소화와 사전 적절성 평가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더 눈여겨볼 지표는 경상수지비율이다. 경상수지비율은 매년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수입 가운데 인건비와 복지비 등 경상적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신규 사업이나 정책에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작다는 뜻이다.
2024년 도의 경상수지비율은 86.09%였다. 서울 73.63%, 인천 62.92%보다 높다. 들어오는 돈의 86%가 이미 쓸 곳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이 비율 역시 2021년 77.91%에서 2022년 81.66%, 2023년 83.26%, 2024년 86.09%로 계속 올랐다.
올해 지방세 징수도 전망보다 부진하다. 도 지방세 징수현황에 따르면 1~7월 취득세 징수액은 4조5656억원으로 징수율은 56.0%였다. 기간이 절반을 넘긴 점을 고려한 적정 징수율 58.3%에 2.3%포인트 못 미친다. 도는 연말까지 도세가 목표보다 3000억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지표가 보여주는 내용은 다르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지금 진 빚이 전체 예산에 견줘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경상수지비율과 세입구조는 해마다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남는지를 보여준다. 법정 지표가 재정주의 수준에 못 미쳐도, 필수지출이 늘고 세입이 줄면 가용재원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도는 지난해 지방채 발행한도의 대부분인 9430억원을 발행했고, 각종 기금에서 5588억원을 통합계정으로 끌어 썼다. 올해 일부 민생·필수사업은 연간 필요액 가운데 9개월분만 본예산에 반영됐다.
숫자를 종합하면 도 재정의 두 모습이 동시에 나타난다. 현행법상 재정주의·위기단체에 해당하지 않고 채무비율도 기준보다 상당히 낮다. 반면 채무잔액과 상환 부담은 최근 수년간 계속 늘었고, 필수지출 비중과 세입 변동성 탓에 실제 운용 여력은 좁아지고 있다.
지금 확인되는 수치만으로는 도의 재정이 '부도'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채무 증가와 재정 경직성 확대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운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