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심판 감싸다 자백한 축구협회, 이제 레드카드는 협회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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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수원일보
- 발행: 2026-08-29T22:38:48+09:00 · 수정: 2026.08.29 23:31
- 섹션: 오피니언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823
- 인용 표기: 수원일보, “[사설] 심판 감싸다 자백한 축구협회, 이제 레드카드는 협회 몫이다”, 2026-08-29,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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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러스트=수원일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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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 스포츠의 그라운드에서 심판이 선수를 향해 “생리하나 봐”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WK리그 수원FC 위민-서울시청전에서다. 한국 여자축구를 20년 넘게 대표해온 지소연은 배선영 주심이 무선 교신 중 자신을 겨냥해 “얘가 초반부터 예민하다. 생리하나 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발언 내용과 당시 상황, 자신이 항의한 문장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경기는 4분간 중단됐고 그 과정은 연맹의 생중계에 고스란히 담겼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판정 시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진행의 최종 권위자가 공식 교신 채널에서 선수의 몸을 조롱거리로 삼은, 명백한 성희롱이다.

그런데 더 참담한 것은 그 뒤에 나온 대한축구협회의 대응이다. MBC 보도에 따르면 협회 심판팀은 29일 “주심과 2부심이 교신한 것은 맞지만 ‘생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고, 지소연 선수를 특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한 입으로 “불필요한 언행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재발 방지 교육을 약속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단어를 쓰지 않았고 누구를 겨냥하지도 않았다면, 도대체 무엇이 ‘불필요한 언행’이며 무엇을 ‘재발 방지’하겠다는 것인가. 잘못이 없다는 해명과 잘못을 고치겠다는 약속은 한 문서에 공존할 수 없다. 이 자기모순은 협회 스스로도 무언가 부적절한 일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는 자백에 가깝다.

절차는 더 문제다. 협회는 경기 감독관 보고서와 심판 보고서를 열람하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놓았다.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사 대상인 소속 심판의 결백을 기관이 앞장서 선언한 셈이다. 협회의 말대로라면 피해를 증언한 선수는 듣지도 않은 말을 지어낸 사람이 된다. 성희롱 사건 처리의 제1원칙은 피해자 진술을 조사로 검증하는 것이지, 기관이 제 식구부터 감싸는 것이 아니다. 이런 대응이야말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2차 가해다. 발언도 문제지만 대응은 참사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막힌 구도는 또 있다. 정작 불이익은 피해를 호소한 쪽에만 남았다. 지소연은 항의 과정에서 받은 경고 누적으로 다음 달 2일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성희롱에 항의한 선수가 결장을 떠안고,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심판은 ‘교육 약속’ 뒤로 사라졌다. 이 그림을 그대로 두고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와 미래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길은 어렵지 않다. 무선 교신은 심판진 전원이 함께 듣는 공식 채널이다. 협회와 연맹은 당시 교신 기록과 심판진 진술을 대조해 진상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심판의 경기 배정을 중지하고, 지소연이 받은 경고 처분의 구제 절차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수원FC 위민 구단이 준비 중인 공식 문제 제기에도 성실히 답해야 한다.

한국 여자축구는 선수들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간판선수의 증언을 기관의 체면 앞에 뭉개는 순간, 그라운드에 서는 모든 선수의 신뢰가 무너진다. 협회가 지켜야 할 것은 심판의 얼굴이 아니라 스포츠의 품격이다. 그날 그라운드에서 레드카드를 받아야 했던 것은 항의하던 선수가 아니다. 지금 레드카드를 받아야 할 곳은 진실을 가리려는 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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