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정근식 조희연 전·현직 서울교육감을 통해 본 대한민국 교육

> 2027 예산안에 162조 미래대응기금…교육교부금 내국세 연동 폐지
> 정근식 "K팝은 세계 선도하는데 교육 투자만 왜 OECD 평균으로 후퇴하나"
> 세수 사상 최대인데 교육 몫만 묶어…"같이 늘어난 세금, 같이 쓰자"
> 조희연은 '공존의 뜰' 출범…갈등과 저출생, 이제 겨우 회복 실마리
> "투자는 평균으로, 성과는 대체불가로"가 새 예산안의 설명이 되지 않기를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천의현 기자
- 발행: 2026-09-03T09:03:29+09:00 · 수정: 2026.09.03 14:11
- 섹션: 오피니언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963
- 인용 표기: 수원일보, “[기자수첩] 정근식 조희연 전·현직 서울교육감을 통해 본 대한민국 교육”, 2026-09-03,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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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외치는 어른과 동전 한 닢을 받는 아이. (일러스트=수원일보 AI))

(사진: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외치는 어른과 동전 한 닢을 받는 아이. (일러스트=수원일보 AI))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붙인 이름은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대도약”이다. 반도체도, 인공지능도, 콘텐츠도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예산안의 다른 페이지에는 정반대의 산수가 적혀 있다. 55년간 유지된 교육교부금 내국세 연동제(20.79%)를 폐지해 내년 교부금을 78조9,000억원 또는 78조 9천억원으로 묶는다. 연동제를 유지했다면 100조원 안팎이었으니, 늘어날 몫 약 20조원이 교육청이 아니라 새로 만드는 162조원짜리 미래대응기금으로 들어간다. 정부는 “교육예산 총액은 줄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논점은 삭감이 아니다. 세수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 모두의 몫이 커지는 해에, 유독 교육의 몫만 늘지 못하게 묶어놓은 것이 문제다.

정부의 논거는 ‘OECD’다. 한국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이 OECD 최상위이니 이제 조정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어제(2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만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K팝부터 반도체까지 온갖 분야가 세계를 선도하는 마당에, 왜 교육 투자만 ‘OECD 평균’으로 후퇴시켜야 하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1인당 지출이 최상위로 올라선 데는 아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세수에 연동된 예산이 늘어나는 동안 학생수가 급감했으니, 분모가 무너져 커진 숫자를 ‘과잉 투자’의 증거로 읽는 것은 착시에 가깝다. 실제로 GDP 대비 초중등 공교육비로 보면 한국은 OECD 평균 수준이다. 학령인구 구조 변화에 맞는 교육 구조조정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해야 할 것은 수술 계획이지 독약이 아니다.

억울한 대목은 따로 있다. 이번 호황은 온 나라가 함께 만든 것이고, 세금이 늘어 모든 분야의 곳간이 같이 커졌다. 교육 현장은 그 여유를 수십 년 만에 처음 만난 참이었다. 기초학력 저하, 인공지능 시대의 수업 전환, 돌봄 공백, 무너진 교권, 과밀학급과 소멸 위기의 시골 학교까지, 돈이 없어 미뤄둔 숙제가 산더미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겨 그 밀린 숙제를 풀어보려던 참에, 정부는 그 몫을 통째로 기금 곳간으로 가져가겠다고 한다. 해결해야 할 교육 문제가 이렇게 많은데, 같이 늘어난 세금이라면 같이 쓰자는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가.

가정에 빗대면 이런 얘기다. 엄마 아빠가 대박이 나서 해외여행 계획을 짜면서, 아이에게는 태블릿은커녕 학습지로 공부하라며 "특별히 좋은 문제집 하나는 사주겠다"고 생색을 내는 격이다. 집안 형편이 펴졌으면 아이 교육부터 챙기는 게 부모다. 나라 곳간이 사상 최대로 불었는데 아이들 몫부터 묶어두는 정부를 보며, 이게 부모 맞느냐고 묻게 되는 이유다.

따져보면 학생이 준 이유부터가 교육이다. 아이 낳기 힘든 까닭이 밥을 못 사줘서였나. 교육비가 무서워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수십 년째 나온 답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실패는 저출생만 낳은 것이 아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교육 위에서 극단적 좌우 대립과 성별 갈등, 온갖 사회적 반목이 자랐다. 그 결과가 날개 없는 추락처럼 이어지던 출생률이고, 이제야 겨우 추락을 멈추고 회복의 실마리를 잡은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교육예산을 줄이자고 한다. 겨우 추락을 멈춘 미래 세대의 날개를 이번에는 아예 꺾어버리는 꼴이 되지 않아야 한다. 철저한 계획과 검증 없이 밀어붙이는 삭감은, 회복을 도와주기는커녕 그 위에 재를 뿌리는 일이 될 것이다.

‘재투자’ 포장도 뜯어볼 필요가 있다. 기금 162조 3천억원 중 실제 4대 분야 투자는 45조4천억원이고, 104조원은 ‘여유자금’이라는 이름의 곳간에 쌓인다. 교육·인재 계정은 10조1천억원으로 네 계정 중 가장 작다. 교육에서 20조원을 빼서 교육·인재에 10조원을 넣는 셈이다. 이것을 재투자라 부르기는 어렵다.

절차는 더 아프다. 반세기 넘은 제도를 바꾸면서 전국 교육감·교육단체와의 공식 협의는 한 번도 없었다. 정 교육감이 지난달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절차가 굉장히 소홀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353개 교육·시민단체가 백지화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로 답했고, 법안은 3일 국회로 넘어간다.

어제 전태일기념관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교육감 3선을 지낸 조희연 전 교육감이 ‘공존’을 내걸고 교육시민단체 ‘공존의 뜰’을 출범시켰다. 갈등을 조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공존의 문화가 사라지고 대립과 대결의 구도만 남은 우리 사회, 그 바탕에 교육의 실패가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그가 본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단체 이름을 ‘공존의 뜰’로 지었을까. 한쪽에서는 교육의 실패를 복구하겠다고 시민들이 뜰을 만드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학생이 급감하는 동안 세수에 연동된 예산이 늘며 1인당 교육비가 최상위로 올라간 것을 두고, ‘OECD 평균을 상회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 교육에 들어갈 돈을 뺏고 있다.

필요한 개혁이라면 최소한의 논의 과정부터 만드는 것이 순서다. 공은 이제 국회에 있다. 국회가 따져야 할 것은 기금의 규모가 아니라, 평균을 목표로 삼은 나라가 대체불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투자는 평균으로 하고, 성과는 대체불가로 만들어내라.” 이 말이 대한민국 새 예산안을 설명하는 문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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