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원시 영통구의 대형 A 입시학원. 건물 3~6층까지 각 층마다 3~4개의 강의실을 블럭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실을 지나는 복도는 아이 두 명이 지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불이 잘 붙는 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은 물론 강의실들과 연결된 비상계단의 통로는 하나뿐이어서 화재 시 수십 명이 쏟아져나오면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또한, 강의실별로 놓여 있어야 할 소화기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건물 6층 강의실에 설치된 피난 밧줄 걸이는 녹슨 채 방치돼 있었다.

권선동 B 학원의 경우 소화기, 소방시설 등은 설치돼 있으나 복도가 바둑판식으로 배열돼 있고 층별로 10여 개의 강의실이 몰려 있음에도 비상구는 한쪽 구석에 1개뿐이었다.

고층 건물의 경우 피난 통로(비상구)를 통해 옥상이나 1층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화재 시 수강생 수십 명이 좁고 복잡한 강의실 복도를 통해 비상구를 뛰어가야 해 안전사고는 물론 신속한 대피도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지난 9월 4일 새벽 1시 서울 강남구 20층 건물의 7층 학원에서 갑자기 불길과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화재로 시민 10여 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7월 25일 새벽 1시25분께 용인시 김량장동 10층짜리 상가건물 9층에 있는 'T고시텔'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40분 만에 진화됐으나 이용객 7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갔다.

이 화재들은 학원, 고시원 등 소방 사각지대로 불리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불이나 순식간에 모든 것을 태운 뒤 아까운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부상을 입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고시원 등에 비해 사회적 관심을 덜 받던 학원가에서의 화재는 '화마'가 언제든지 아이들을 덮칠 수 있음을 알려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수원 지역 학원가가 화재 사고에 무방비 상태임에도 이에 대처해야 할 학원들의 안전의식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선동 C 입시학원 관계자는 "소화기를 모든 강의실에 설치할 수 없고 다중이용시설로 이미 건물이 준공허가를 받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의실에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도에 설치된 소화기로 강의실에서 발생한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학원 측은 화재 발생 시 학생들을 에스컬레이터와 건물 주차장을 통해 대피시킬 수 있다고 밝혔으나 미로식 구조는 이를 의심케 했다.

이에 대해 소방서 관계자는 "학원, 고시원 등은 불에 잘 타는 칸막이(실내장식물)는 불이 순식간에 옮겨 붙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소화기, 피난 통로 등은 꼭 설치해야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 법률상 '보육시설의 적용 대상 규모에 관한 특례'를 인정받은 850㎡ 미만의 소규모 학원·보육시설 등은 사실상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 관계자들의 화재 예방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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