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29일부터 11월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정조 편지' 66건이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여민해락(與民偕樂)' 특별전에서는 정조의 편지이외에도 국보 19건 등 한국 박물관 100년 역사를 대표하는 국내외 소장품 150여점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첫선을 보이는 정조 편지는 두 개의 큰 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당시 정치적 상황을 담은  '정조신한(正祖宸翰)은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이며, 효심을 담은 '정조어필(正祖御筆)'은 정조가 외삼촌 홍낙임에게 보낸 편지다.

정조는 외삼촌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안부를 알려주며 편지를 보낼 때마다 음식 선물을 함께 보내며 그 항목을 편지에 적었다. 외가 집안의 경사에 매우 기뻐하며 이 소식을 어머니께 전하고 싶어한 정조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는 당시 인사 문제, 세간의 풍문, 주요 인물과 그 집안에 관한 정보, 민심의 동태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언급한 편지를 모은 것이다. 이 유물은 그동안 정조 독살설이 널리 퍼졌던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자료여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다.

최초 박물관인 제실박물관이 처음으로 구입했던 청자상감포도동자문(靑磁象嵌葡萄童子紋) 주전자와 받침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다.

간송 전형필(1906~1962)이 기와집 11채 값을 주고 구입했다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손으로 전통문화를 지키려 했던 노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세종의 어제서와 예의에 이어 집현전 학자들의 해례와 해례서로 이뤄져 있다.

이번 특별전의 하이라이트는 천마도, 몽유도원도 등 국외에 있거나 국내에 있어도 보관 등의 이유로 쉽게 볼 수 없었던 유물 30여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국보 204호 천마총 천마도는 빛 등에 민감해 특수보관장에 보관하다 1997년 전시 이후 12년 만에 공개됐다.

말 머리 부분에 뿔 비슷한 모양이 확인돼 말이 아니라 기린이라는 주장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는데 이번 전시를 앞두고 고해상도로 촬영한 적외선 사진에는 머리 부분에 돌출된 형태가 더 또렷하게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박물관의 역사의 기점이 되고 있는 1909년 11월1일은 한국 박물관사에서 순종황제의 명으로 창경궁의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 일반인에게 소장품을 공개한 날이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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