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걸려있는 현수막에 저 시장 선거 A 후보 말입니다. 정치 감각이 영 없는데다 행정력도 떨어져서….”

택시기사가 손님들에게 슬쩍 말을 건넨다. 손님을 태운 시청 사거리에서 목적지인 수원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 그 시간 내내 택시기사는 A 후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늘어놓는다.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손님이라도 최소한 그 후보의 이름은 기억하고 내린다. 다음에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이 언급되면 “아! 그 사람”이라며 왠지 친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택시기사들이 소위 ‘달리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이유다.

수원시장 선거를 3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각 선거 캠프에는 ‘택시기사를 잡아라’가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권인택 예비후보도 가까운 시일 내에 택시 회사로 방문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권 후보 측은 “업무에 바쁜 택시기사들의 상황을 고려, 한 달에 한번 회사에서 진행하는 ‘소양 교육’에 방문해 이름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윤희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지난 8일 택시운전기사들이 운행하면서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까지 내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전국택시노조 경기본부를 방문해 “시민의 교통수단이 안전해야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민주당 염태영 후보 측도 “우선은 택시기사와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이라며 “간담회나 체험활동 등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이중화 한나라당 예비후보 측은 아예 사무실 직원들에게 택시 타기를 권장하고 있다. “출퇴근하면서 택시기사들에게 후보자 이름을 많이 알려야 한다”며 이 후보의 부인이 직접 솔선수범하며 택시 타기 운동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택시기사가 얘기를 부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뒤바뀔 수 있으며 실제로 정보에 어두운 시골사람들이나 노인들을 상대로 한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낼 경우 그 결과는 치명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수원시에는 4760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며 하루 수만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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