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포천시 자애원의 한 노인요양원. 이 요양원 운영자 A씨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설이 성큼 다가왔지만, 예년과 달리 기부나, 후원물품을 전달하겠다는 기업체나 독지가의 손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름값이 올라 매달 400만원씩 지출되는 난방비도 부담스럽고, 여기다 곧 설이어서 어르신들에게 떡국이라도 끓여 드려야 하는데 도움 자체가 뚝 끊겨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요양원·장애인시설 발길 ‘뚝’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은 ‘썰렁’그 자체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각종 단체와 기관 등에서 복지시설을 잇따라 찾아 위문품과 기부금을 전달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노인요양원의 사무국장은 “지난해 이맘 때는 개인이나 단체에서 찾아와 위문품을 전달하고 후원을 하는 경우가 3~4건 정도 있었지만 올해는 단 한차례도 찾아온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노인요양원의 기부물품내역 자료에 따르면 설날 전 한달을 기준으로 지난해의 경우, 생필품과 과일, 음료수 등 307만1400원 상당의 후원품이 기부됐다. 그러나 올해는 20일 현재 식재료와 요구르트 등 13만9000원 상당의 후원품이 기부됐다. 요양원 측은 “요양원 설립 이후 이렇게 도움의 손길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고 했다.
의정부시의 한 장애인생활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까지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오던 개인 후원자들의 절반이 올해부터 후원의 손길을 끊었다. 새해 들어 방문자도 기업 봉사단체에서 찾아온 1회 외에는 전혀 없다는게 시설 측의 설명이다. 김모(38) 사무국장은 “설을 앞두고 후원자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올 들어 2명의 후원자가 기부를 중단했다”고 답답해했다.
경기북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박목사는 “사회복지단체에서 후원자들로부터 받은 성금이나 물품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설밑 도움의 손길을 줄어들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외항공권·여행상품 이미 예약 완료
“2월2일 오후 출발이요? 죄송합니다. 매진된지 오래됐어요.”
이달 초순 설 연휴 기간 동안의 해외 항공권 및 여행상품이 이미 동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북부지역 여행업계에 따르면 2월1~4일을 전후한 해외여행 항공권·패키지는 현재 대부분 품절된 상태이다. 여분의 항공권을 보유하고 있는 여행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
T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1~2명 단위는 어떻게든 맞춰보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라면서 “지난해 말께 표가 이미 다 예약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여행사도 마찬가지. P여행사 관계자는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환율이 안정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다”며 “거기에 황금연휴까지 겹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여행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발급을 맡고 있는 각 지자체 창구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울산시 동구청은 지난 10일 하루 동안만 85건의 여권 발급 요청을 받았다. 민원봉사실 오정임 계장은 “미성년자를 동반하는 가족 단위의 여권 발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설 연휴 기간의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H여행사의 상담 담당자는 “표가 필요한 고객은 많지만 공급이 워낙 달리다보니 각 여행사로 돌아오는 몫(이윤)은 평소와 다름 없거나 더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면서 “명절을 이용한 해외여행은 이제 당연한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분의 표를 보유한 일부 여행사에서는 기존 패키지의 1인당 가격에 10만~20만원의 명절 특가를 올려 받고 있지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기간 제주를 오가는 항공 이용권도 이미 수개월 전에 매진됐다.
설 연휴 기간 수백명의 이용객이 예약을 마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여러 호재가 겹치면서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