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준 나혜석기념사업회장.

“도면이라니. 도면이 있을 리가 있나. 지금도 자신의 집 도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 그때 당시 누가 도면을 갖고 있겠어?”

유동준 나혜석기념사업회장은 1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나혜석 선생 생가 복원작업과 관련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실제로 생가를 복원하려면 도면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도면이 존재할까하는 의문에 대한 도전적인 현답이다.

수원 출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소설가였던 정월 나혜석(1896-1948) 선생의 생가 복원 추진이 한창이다. 시는 국가기록원에 1911년 당시의 지적도 공개를 요청하고 후손들과도 접촉하는 등의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유 회장은 ‘모르는 소리’라며 손사레를 쳤다.

하지만 대신 다른 단서가 있다. 정월이 소설가로도 활동하면서 ‘경희’, ‘정순’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는데 그중 ‘경희’라는 소설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그 소설 안에 집안 구석구석이 묘사돼 있다. 그것대로 설계하면 3D 복원 작업도 가능하다는 게 유회장의 답변.

“나혜석 생가 복원은 경복궁 복원 사업에 큰 공을 세운 김정동 교수가 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목원대 근대건축 전공 김 교수에게 소설 ‘경희’를 선물해 여러 번 읽어보라고 부탁했어요.”

또한 기념관 건립도 마찬가지다. 기념관을 세우려면 고인의 작품들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남아 있는 게 적다. 하지만 유 회장은 “생가와 기념관이 만들어지면 나혜석 선생의 작품들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기증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현대 한국 미술의 개척자인 박수근(1914-1965, 강원도 양구군 출생) 선생도 양구군에서 기념관을 지을 때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기념관을 건립한 후 박 선생의 작품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기증해 기념관을 완성했다는 게 유 회장의 설명이다.

나혜석기념사업회는 나혜석 선생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들을 바로잡기 위해 해마다 나혜석 바로알기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오는 4월 23일 열리는 제14회 나혜석 바로알기 심포지엄에서는 그동안 발표된 나혜석 선생과 관련된 논문들을 비교하며 잘된 논문은 시상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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