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다는 김호빈(36)씨.

그는 자신을 ‘날라리’라고 표현했다. 그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든단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장난도 치고 놀리고 하다 보니 까불거리는 성격이 됐다고.

그가 오늘부터 KBS수원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아카펠라 뮤지컬 ‘슈퍼스타’에서 장애학생 역을 맡았다. 장애를 가졌지만 배우를 꿈꾸는 역할. 어쩐지 그와 많이 닮아있었다.

뇌성마비 1급인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연극을 해보게 됐다. 학예회 때 선생님의 명령(?)으로 연극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역을 맡게 되면서 그의 연극 생활은 시작됐다.

“영문도 모르고 선생님을 쫓아갔다가 토끼역을 맡으라고 하셔서 놀랐죠. 장애가 심했던 터라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게 의아했지만 열심히 했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운명인지 행운인지 그 학예회 자리에 있던 유명 연극배우가 그에게 즉석 오디션을 요청했고, 합격해 그의 막내아들 역으로 대학로에 데뷔했다.

그 이후에도 기회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0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출연했을 당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재은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출연을 부탁했다. 그것이 바로 ‘고양이를 부탁해’였다. 그는 그 영화에서 시를 쓰는 시인을 연기했다. 이후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겨 동네 가게에 갔을 때 사인과 아이스크림을 맞교환한 적도 있다며 멋적어 했다.

연기자를 ‘합법적 사기꾼’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관객과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내가 아닌 나로 변해 관객들로 하여금 그걸 믿게 해야 되는 거잖아요. 한마디, 한마디를 진심으로 해서 감동을 이끌어내야 하니까 ‘합법적 사기꾼’이 연기자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냐고 묻자 하루는 오디션을 4번 보러 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기는 보지도 않고 면전에서 가라고 하거나 점수는 좋게 받았지만 마땅한 역할이 없어 그냥 오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비오는 날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비도 쫄딱 맞고 오디션도 못 보게 해 돌아오는 길에 비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전국에 장애인 배우가 500여명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을 날리는 배우는 그를 포함해 딱 3명이다.

그는 많은 장애인 배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기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장애인이니까 이것 밖에 못하겠지 라고 생각하는데 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기가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전문적으로 연기를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장애인 배우들에게 따끔한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배우를 하려거든 그만둬야죠. 사람들이 장애인이 연기를 하면 대단하게 여겨주니까 배우를 하는 장애인들도 더러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마음가짐인 거죠.”

배우가 꿈이라는 그. 꿈 없이 무의미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꿈이 없다면 내가 살아야 할 길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니까 계속 배우가 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는 내내 그는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찍는 것은 익숙지 않다는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8일부터 오는 3월 27일까지 공연되는 아카펠라 뮤지컬 ‘슈퍼스타’는 KBS 수원아트홀 내 소극장에서 열리고 전좌석 4만원이다. 자세한 문의사항은 KBS 수원아트홀(031-216-5201)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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