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신정변의 주역인 홍영식 선생의 후손인 홍석호(맨 왼쪽)와 염태영 시장(왼쪽 두번째) 등 관계자들이 24일 기증되는 유물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번에 기증된 유물들은 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수원시는 24일 시청 상황실에서 조선말기 갑신정변의 주역이자 우정국을 설립한 홍영식의 후손인 홍석호 선생이 가문에서 소장하고 있던 유물 234점의 기증식을 개최했다.

홍석호 선생과 가족,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참석한 기증식에서 시는 홍 선생에게 기증서와 감사패를 전달해 감사의 뜻을 전했으며 유물은 수원화성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이날 기증된 유물로는 조선말기 및 대한제국기 상황을 기록한 홍영식 부친 홍순목의 문집 25점을 비롯해 교지 93점, 홍영식 가문 간찰 100여점, 갑신년에 가족에게 보낸 홍영식 편지 등으로 19세기 후반의 정치, 문화,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이번에 첫 공개된 홍영식의 부친 홍순목(1816~1884)의 문집인 ‘기당고’가 있다.

‘기당고’는 홍순목의 연보와 시문을 망라하는 15책의 필사본으로 19세기 말 당시의 정치와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또 대한제국 시기인 1910년 6월29일에 순종이 홍영식을 규장각대제학으로 추증하고 연이어 시호교지를 내린 뒤 그 다음날인 30일 충민이란 시호와 함께 교지를 내렸는데 이때의 시호 칙명이 다수 포함돼 주목을 끌고 있다.

아울러 홍영식이 강화도조약 이후부터 갑신정변 이전까지 만난 일본 사신과의 대화기록을 정리해 둔 자료인 왜사공간록, 홍영식이 거사를 앞둔 1884년 9월18일에 아버지에게 보낸 안부편지 등도 눈에 띈다.
특히 당시 홍씨 집안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한가지 있다.

당시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영의정을 지냈던 아버지 홍순목은 며느리와 어린 손자를 안고 자결한다.

형 홍만식은 몸을 보존해 집안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아남았으나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비통해 하며 자결, 아버지의 뒤를 따른다.

이 소식을 듣고 애통해하던 고종은 1906년 홍만식에게 충정이란 시호를 내렸고 갑오경장으로 신원된 홍순목․홍영식 부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1910년 시호교지를 받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고교 3학년이 돼서 처음 알게 된 홍석호 선생은 우정박물관장을 역임하며 우정국을 설립한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우체국의 역사를 수집해 정리하고 집안의 흔적을 찾는 데 평생을 바쳤다.

갑신정변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며 뿔뿔이 흩어져 버린 유물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길 수십 년, 그렇게 모은 자료를 이번에 수원화성박물관에 선뜻 기증한 것이다.

이렇게 기증된 유물은 전통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격동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앞으로 수원시민과 방문자들에게 생생한 개혁의 현장을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번 기증식을 통해 ‘3일 천하’로 끝나버렸던 갑신정변의 꿈이 수원에서 다시 살아 숨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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