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정치 싸움에 공무원을 제물로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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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수원일보
- 발행: 2026-09-16T21:05:08+09:00 · 수정: 2026.09.16 21:07
- 섹션: 오피니언 > 사설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262
- 인용 표기: 수원일보, “[사설] 정치 싸움에 공무원을 제물로 삼지 말라”, 2026-09-16,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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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배우자의 바우처 사업 기관 선정 특혜 의혹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 배우자가 “시청 복지과 팀장님이 기간도 늦춰주시고 편의를 많이 봐주셨다”고 말한 녹취를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처신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책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기된 의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그 칼끝이 수원시 실무 공무원 개인에게로 향한다는 데 있다. 주 의원은 담당 공무원을 형사고발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위법이나 특혜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정치 공방의 전면에 실무자 한 사람의 이름을 세워 놓겠다는 것이다.

**확인해야 할 것은 기록이지, 사람이 아니다**

수원시의 설명은 녹취 속 표현과 다르다. 시는 특정 기관을 위해 신청 기간을 연장하거나 접수 기한을 변경한 사실이 없으며, 논란이 된 소방 관련 자료도 후속 절차 전에 이미 제출돼 있었다고 밝혔다. 녹취에 나온 ‘기간을 늦춰줬다’는 한마디가 실제 행정절차에서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공모 일정과 서류 제출 기록, 다른 기관에 같은 기준이 적용됐는지를 대조하면 가려질 문제다. 확인해야 할 것은 기록이지, 고발장에 올릴 공무원의 이름이 아니다.

**무너진 것은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니다**

우리는 정치의 다툼이 결국 애먼 공무원의 인생을 무너뜨린 사례를 너무 많이 보아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쟁이 격해질 때마다, 실무자들은 표적 감사와 별건(別件) 수사의 한복판에 끌려 나왔다.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인 담당자가 수사 대상이 되어 몇 년씩 조사를 받고, 무혐의로 끝나도 그 사이 승진에서 밀리고 몸과 마음이 상하고 가정이 흔들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론이 ‘문제없음’이어도 잃어버린 세월과 무너진 삶은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 잘못이 있으면 감사를 받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잘잘못이 가려지기도 전에 정치가 먼저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 순간, 그것은 진상 규명이 아니라 겁주기가 된다.

한 공무원의 말이 아프다. “국회의원이 실무자 한 사람을 콕 집어 압박하는 게 정치라면 누가 정치인과 일하고 싶겠느냐.” 이 말은 개인의 하소연에 그치지 않는다. 성실하게 규정대로 일한 공무원조차 정쟁의 유탄에 언제든 인생이 흔들릴 수 있다면, 공직은 더 이상 안심하고 몸담을 자리가 못 된다. 유능한 인재가 공직을 외면하고, 남은 이들은 책임질 일을 피하려 몸을 사린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행정 대신, 뒷일을 걱정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복지부동’이 자리 잡는다. 지금 실무자 한 사람을 정치의 제물로 삼는 일은, 오늘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공직을 짊어질 미래 세대 전체의 사기와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수원시는 다음 달 대규모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를 앞두고 있다. 승진과 보직에 관심이 집중된 예민한 시기다. 이런 때 특정 부서와 담당자가 정치권 공방의 한가운데 놓이면, 남는 것은 위축된 공직사회와 눈치만 보는 행정뿐이다.

**정치의 다툼은 정치에서 끝내라**

주 의원에게 바란다. 후보자를 겨냥한 정치적 검증은 청문회장에서, 후보자와 정치권을 상대로 끝까지 하시라. 그것이 정치의 몫이다. 다만 그 싸움에 애먼 실무 공무원을 끌어들이지는 말라. 특혜가 실제 있었는지는 객관적 행정기록으로 가리면 될 일이고, 그 절차는 고발이 아니라 사실 확인에서 시작해야 한다.

수원시도 뒷짐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시가 선제적으로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쟁의 유탄에 노출된 직원들을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 정치의 다툼은 정치에서 끝내는 것이 옳다. 묵묵히 제 일을 한 공무원까지 볼모로 삼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니라 공직 전체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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