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7주년 특별기획] AI 대전환, 길을 묻다 1회 - "내 삶에 들어온 AI", 소비 시장의 판이 바뀐다

> 800조 시장 연 '대리 소비'…편리함과 '소비자 주권' 사이의 경계
> 최승호 문화에디터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최승호 문화에디터
- 발행: 2026-09-19T13:01:28+09:00
- 섹션: 기획특집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349
- 인용 표기: 수원일보, “[창간 37주년 특별기획] AI 대전환, 길을 묻다 1회 - "내 삶에 들어온 AI", 소비 시장의 판이 바뀐다”, 2026-09-19,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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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러스트=수원일보AI)

(사진: 일러스트=수원일보AI)

"오늘 저녁 뭐 먹지?”

하루를 마치며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일일이 검색하는 대신 AI 비서 애플리케이션을 켜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AI는 이용자의 식단과 현재 위치, 건강 관련 데이터까지 종합해 최적의 저녁 메뉴를 추천한다. 이어 배달 앱을 통해 최저가 쿠폰을 자동 적용한 뒤 결제까지 한 번에 마친다. 소비자가 한 일은 AI의 제안에 "응, 그걸로 해줘"라고 응답한 것이 전부다.

소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하는 시대를 넘어, AI가 소비자의 취향과 패턴을 학습해 최적의 선택을 대신하고 결제까지 처리하는 '대리 소비(Agentic Commerce)'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검색의 종말과 '무마찰 커머스'의 습격**

맥킨지(McKinsey) 등 글로벌 주요 경제 기관들은 AI 기반의 대리 소비 및 커머스 시장이 향후 유통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핵심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가 상품 탐색부터 결제에 이르기까지 겪는 모든 번거로움을 기술적으로 완벽히 제거하는 '무마찰(Frictionless) 커머스'가 유통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피로도가 줄어들고 최저가 혜택을 놓치지 않는 효율적 소비가 가능해졌다. 반면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브랜드 인지도나 정형화된 광고보다 'AI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가'가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AI 비서가 가격과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별함에 따라 전통적인 마케팅 공식은 빠르게 무력화되는 추세다.

**편리함의 반작용… 글로벌 주요국 vs 한국의 'AI 택스(AI Tax)'**

문제는 고도화된 AI 서비스가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기술이 일상 깊숙이 침투할수록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단편적인 무료 서비스를 넘어 맞춤형·실시간 기능이 필수화되면서, 매월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AI 구독료(AI Tax)'가 가계의 새로운 고정 지출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의 디지털 구독 실태와 비교해 보면,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구독 환경은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다.

미국 등 북미 지역 소비자는 ChatGPT Plus나 코파일럿 프로 등 단일 빅테크 AI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직접 결제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생산성 중심의 업무용 AI와 엔터테인먼트 구독의 경계가 상대적으로 명확해,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구독을 해지하거나 재가입하는 소비 패턴이 정착되어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등은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AI 관련 법안의 영향으로 가계의 유료 AI 도입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다. 무료 오픈소스 모델이나 기기 기본 탑재형 기능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 가계의 직접적인 구독 지출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양상을 띤다.

이에 비해 국내 소비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의 원천 AI 서비스 결제와 더불어, 포털·이커머스·통신사 등이 제공하는 쇼핑·멤버십 결합형 구독 상품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해외 서비스 이용 시 환율 변동성에 노출되는 데다, 국내 플랫폼들의 구독 경제 생태계가 맞물리면서 체감하는 구독 피로도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디바이드'와 소비자 주권의 흔들림**

구독료 부담은 단순한 지출 증가를 넘어 '디지털 계층 격차(AI Divide)'라는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진다.

지불 능력이 있는 계층은 다중 AI 구독을 통해 개인 비서, 최저가 자동 탐색, 맞춤형 케어 혜택을 누리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 반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거나 디지털 기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은 이러한 '알고리즘 혜택'에서 배제된 채,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원치 않는 조건으로 소비하는 정보 불평등 문제에 직면한다.

아울러 AI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상품만을 수동적으로 구매함에 따라 소비자가 자신의 의지로 비교하고 선택하는 '소비자 주권'이 실시간 가변 가격제(다이내믹 프라이싱)나 플랫폼 알고리즘에 뒤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편리함 속 '주체적 소비' 핸들 잡아야”**

AI가 소비자의 삶에 획기적인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편리함의 그늘에는 가계 지출 압박과 디지털 격차, 알고리즘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대전환기일수록 소비자와 사회적 안전망 모두의 주체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소비 전문가들은 "AI는 소비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최종 판단과 경제적 지출의 주체는 결국 인간이어야 한다"며 "무분별한 구독 부담을 점검하는 한편, AI 알고리즘의 불공정 추천이나 가격 차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AI 비서가 내밀어주는 달콤한 편리함 속에서, 알고리즘의 수동적 객체로 전락하지 않고 '소비의 주권'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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