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암살자(들)>: 총성 너머의 진실을 묻는 펜과 발걸음

> 1974년 비극적 실화를 모티브로 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
>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묵직한 연기 앙상블
> 자극적 음모론 넘어 미디어·권력의 관계 질문 던져
> 최훈민 기자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최훈민 기자
- 발행: 2026-09-26T13:11:32+09:00 · 수정: 2026-09-27T06:23:19+09:00
- 섹션: 오피니언 > 기고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0926130854011c
- 인용 표기: 수원일보, “[기고] <암살자(들)>: 총성 너머의 진실을 묻는 펜과 발걸음”, 2026-09-26,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092613085401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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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을 흔든 의문의 총성과 영부인 피격 사건.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이 실화를 모티브로 끌어안으며 허진호 감독은 카메라의 온도를 낮춘다. 영화 <암살자(들)>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서스펜스 장르에 가깝게 다가가지만, 단순한 흥미 위주의 음모론에 기대어 극적 쾌감만을 쥐어짜는 유형의 스릴러와는 길을 달리한다.

**정밀한 관찰이 만들어낸 서늘한 추적극**

<덕혜옹주>, <보통의 가족> 등에서 인간의 섬세한 결을 파헤쳤던 허진호 감독은 특유의 자제된 시선을 정치 스릴러에 차분하게 이식한다. 자극적인 총격전이나 감정의 과잉을 채우는 대신, 현장에서 이상 징후를 알아채는 형사 철구(유해진 분)와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분), 그리고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인물들의 불안과 압박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131분의 상영 시간 동안 화면을 지배하는 서늘한 밀도는 관객을 1970년대의 숨 막히는 공기 한복판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세 배우가 담아낸 시대의 얼굴**

이 영화가 평단과 흥행 모두에서 호응을 얻는 바탕에는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자리한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형사 철구 역의 유해진은 거친 상부의 압박과 소시민적 양심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물을 지극히 현실적인 생활감 위에 얹어낸다. 사회부장 재환을 맡은 박해일은 집요하면서도 차분한 눈빛으로 언론인의 직업의식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한편 신입 기자 영일 역의 이민호는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털어내고 시대의 무게와 경직된 시스템에 맞서는 인물의 푸릇한 직진성을 성숙하게 증명해 낸다.

**"누가 쏘았는가"에서 "어떻게 주시할 것인가"로**

제5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으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이 작품의 진짜 미덕은, 실화의 거대한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는 태도에 있다. 사건을 단순히 소비하는 음모론적 각색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역사적 비극 앞에 서야 했던 인물들의 내면을 직시한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건임에도 몰입이 유지되는 이유는,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과거에 멈추지 않고 미디어와 권력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또렷하게 도달하기 때문이다.

<암살자(들)>은 시대를 응시한 자들의 뜨거운 발자취를 우아하고 깊이 있게 담아낸, 올해 한국 영화계가 거둔 가치 있는 성취다.

• 한 줄 평 : 방아쇠를 당긴 손보다 서늘한 권력, 그 흑막을 직시하는 펜과 발걸음.

• 평점 : ★★★★☆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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