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트래블] 임진강 강바람에 시름 던지고, 율곡의 지혜를 다지다

> 10월 사색(四色) 도보여행…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 13km 현장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최승호 기자
- 발행: 2026-10-02T10:39:29+09:00 · 수정: 2026-10-02T15:29:24+09:00
- 섹션: 문화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0210312464ba
- 인용 표기: 수원일보, “[주말 트래블] 임진강 강바람에 시름 던지고, 율곡의 지혜를 다지다”, 2026-10-02,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0210312464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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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가을 하늘이 높다. 수확을 앞둔 둔치 들녘 위로 선선한 강바람이 불어 들면 걷는 이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주말을 맞아 차가운 도심 소음을 뒤로하고 깊은 사색에 빠져들고 싶다면 경기도 파주 임진강변으로 향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사진: 화석정)

(사진: 화석정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최북단 도보 여행길인 평화누리길 중에서도 8코스 ‘반구정길’은 가을 풍광과 역사의 숨결을 한 호흡에 담아내기에 제격이다. 반구정에서 출발해 임진각·평화누리, 장산전망대, 화석정을 거쳐 율곡습지공원까지 이어지는 13km 구간이다. 성인 기준 4시간 남짓, 평탄한 강변길을 따라 조용히 걷다 보면 조선 선현들의 기상과 분단 현장의 상흔이 묘하게 교차한다.

**정자에 올라 갈매기를 벗 삼다…황희의 ‘반구정’**

여정의 첫머리는 코스 명칭의 기원이 된 ‘반구정(伴鷗亭)’이다. 조선 세종 대의 명재상 황희 정승이 87세에 벼슬에서 물러난 뒤 90세로 타계할 때까지 인생의 마지막을 보낸 정자다. '갈매기와 벗한다'는 뜻처럼 장식 없이 소박하게 들어선 정자 단청은 청백리로 평생을 살았던 노 재상의 삶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마루에 올라 내려다본 임진강 물길은 유유히 흐른다. 강 건너편 군사 철책선이 차분하게 늘어서 있어 시풍(詩風)을 나누던 옛 선비들의 여유와 오늘날 분단의 엄혹함이 한 화면에 담긴다.

**분단의 아픔에서 평화의 메카로…‘임진각과 평화누리’**

(사진: 평화누리)

(사진: 평화누리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강변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1번 국도 끝자락, ‘임진각’에 다다른다. 1972년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들어선 이곳은 망배단과 독개다리, 증기기관차, 평화의 종 등이 차례로 들어서며 DMZ를 대표하는 통일·평화 관광지로 변모했다.

이어 펼쳐지는 ‘평화누리’의 넓은 잔디밭은 10월 한 달간 다채로운 문화 축제로 활기를 띤다.

• 2026 GHOST(경기 한류 OST) 페스티벌 : 10월 9일~11일

• 제21회 파주개성인삼축제 : 10월 17일~18일

음악과 특산물이 어우러지는 현장에서 가을밤의 정취를 누리려는 캠핑족들의 발길도 평화누리 캠핑장으로 이어진다.

**초평도 건너다보며 다지는 우국충정…‘장산전망대와 화석정’**

임진각을 뒤로하면 길은 다시 호젓해진다. 황금빛 들녘을 동무 삼아 나아가다 보면 시원한 강바람이 맞이하는 ‘장산전망대’에 이른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의 보고로 남아있는 민통선 내부 ‘초평도’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명소다.

길의 종착지 인근에는 율곡 이이 선생이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했던 ‘화석정(花石亭)’이 기다린다. 훗날 왜란에 대비해 정자 주변에 나무를 심고 기름을 치게 해 선조의 밤길 피란을 도왔다는 주등(炷燈) 설화는 선생의 십만양병설과 맞물려 깊은 울림을 준다.

화석정을 나와 고즈넉한 율곡습지공원에 들어서면 13km 반구정길의 여정이 조용히 마무리된다.

선선한 가을바람 속에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평화의 의미를 함께 곱씹으며 걸을 수 있는 길. 청명한 10월의 주말, 사랑하는 가족의 손을 잡거나 연인의 어깨를 맞대고 임진강 강바람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조용히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가을날의 추억도 한층 깊게 물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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