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문화(文話) 시대]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압박,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

> 사상 검열로 변질된 집회…예술가의 자택을 겨눈 압박은 정당화될 수 없다
> 헐리우드 매카시즘의 그림자, 작품 비판을 넘어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탈선
> 건강한 공론장 대신 사적 위력 행사…민주사회의 표현·창작의 자유를 묻는다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최승호 문화에디터
- 발행: 2026-10-05T00:55:54+09:00 · 수정: 2026-10-05T14:13:39+09:00
- 섹션: 오피니언 > 지금은 문화시대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04181006bc83
- 인용 표기: 수원일보, “[지금은 문화(文話) 시대]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압박,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 2026-10-05,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04181006bc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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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文話 시대]-10**

최근 영화 ‘암살자(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양상은 건강한 비평과 논쟁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문화 콘텐츠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역사적 평가와 해석은 언제나 다채로울 수 있으며, 이를 공론장에서 활발히 토론하는 과정은 민주사회가 갖춰야 할 지성적 역량이기도 하다.

(사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보수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성북구 소재 배우 유해진 씨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2026.10.04. mangusta@newsis.com)

보수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성북구 소재 배우 유해진 씨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특정 보수 단체들이 영화 내용에 반발하며 제작사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의 개인 자택 앞에까지 찾아가 집회를 개최하고, 광고 브랜드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압박 활동까지 예고한 것은 선을 한참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작품 비평을 넘어, 창작자와 연기자의 생계 및 사생활 영역을 직접적으로 타격하려는 행위다.

**갈등 조정 대신 기름붓는 정치권의 정략적 태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이성적 담론으로 이끌어야 할 정치권의 태도다.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 갇혀 비난에 불을 붙이고, 이에 극우 세력이 가세하면서 건강한 공론의 장은 완전히 마비되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발전적 방향을 모색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대중의 분노와 진영 대립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부추기는 현실은 심각한 정치의 부재를 보여준다.

정치가 문화적 논쟁을 진영 싸움의 도구로 삼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창작자와 대중, 그리고 사회적 신뢰의 붕괴로 돌아온다.

**독재 시절의 사상 검열과 헐리우드 매카시즘의 재현**

이러한 행태는 과거 1950년대 미국을 매카시즘의 광풍으로 몰아넣었던 ‘헐리우드 블랙리스트’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특정 정치적 잣대로 예술가들을 사상 검열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했던 시도는 대중문화 발전과 민주주의 가치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또한, 국가 권력이 예술가를 사찰하고 압박했던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어두운 유산과도 다를 바 없다. 비록 압박의 주체가 공권력에서 정치적 선동을 등에 업은 특정 집단의 위력 행사로 변했을 뿐, 개인의 일상을 위협하고 경제적 줄을 죄어 사상을 검열하려는 속성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해외 선진국이 '작품 비판'과 '배우 개인 압박'을 구분하는 이유**

해외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역사적 사건을 다룬 논쟁적 영화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는 흔하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나 종교적 논쟁을 부른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개봉 당시에도 치열한 비판과 토론,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그러나 비판의 화살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메시지'와 '공론장에서의 학술·문화적 토론'을 향했을 뿐이다. 연기한 배우 개인의 집 앞까지 찾아가 위력을 행사하거나 광고주를 압박해 생계를 위협하는 방식은 예술가의 자율성을 파괴하는 몰상식한 행동으로 엄격히 배척받는다.

**배우에게 모든 정치적 짐을 지우는 비이성적 관행**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 예술은 역사적 사실 바탕 위에 허구와 상상력을 더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창작물이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관람 거부, 평론을 통한 논리적 반박,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의사 표현 등의 합법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답하면 될 일이다.

배우는 주어진 시나리오를 연기하는 예술가일 뿐, 작품이 가진 모든 정치적·역사적 메시지의 짐을 홀로 지는 주체가 아니다. 연기자의 선택을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단죄하고 불이익을 주려는 관행이 용납된다면, 향후 창작자들과 배우들은 극심한 자기검열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공론장의 회복과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할 때**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뿌리다. 예술적 표현에 대한 불만이 정치적 선동과 사적 위력 행사라는 형태로 변질될 때, 우리 사회의 문화적 역량과 민주적 가치는 훼손된다.

어떠한 형태의 창작물이든 표현의 영역 안에서 논의되고 평가받아야 한다. 정치권은 팬덤 정치와 갈등 조장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창작자와 배우를 향한 과도한 타깃형 압박 역시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성숙한 공론장의 회복만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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