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반글에서 한글까지, 이름이 해방시킨 문자의 100년

> 한글날 제정 100주년, '어린 백성의 글'은 어떻게 모두의 글이 됐나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이단열 기자
- 발행: 2026-10-09T10:34:12+09:00 · 수정: 2026-10-09T10:34:12+09:00
- 섹션: 사회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081847554a84
- 인용 표기: 수원일보, “[기획] 반글에서 한글까지, 이름이 해방시킨 문자의 100년”, 2026-10-09,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081847554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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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뒤로 한글날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6.10.08. kgb@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뒤로 한글날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6.10.08. kgb@newsis.com /김금보 / 뉴시스)

세종대왕이 1446년 반포한 문자의 이름은 한글이 아니라 훈민정음이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지만, 정작 그 문자는 오백 년 가까이 제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 한자를 익힌 이들은 이를 언문, 곧 속된 글자라 불렀고 '반글'이라고도 했다. 존대와 하대의 복잡한 어미를 익히지 못한 아이들의 말을 '반말'이라 부르던 시대, 훈민정음으로 편지 아닌 글을 쓰는 것은 스스로 어리석은 백성임을 인정하는 일로 취급됐다.

이름이 처음 바뀐 것은 1894년이었다. 청일전쟁 이후 훈민정음은 나라의 글자라는 뜻의 '국문'으로 불렸지만, 국권을 잃자 그 자리는 일본의 가나가 차지했고 훈민정음은 식민지의 '조선문'으로 격하됐다. 1913년 주시경이 '큰 글, 온전한 글'이라는 뜻의 한글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지만 이 이름이 뿌리내리기까지는 다시 십수 년이 걸렸다.

전환점은 100년 전이었다.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 회원들이 서울의 음식점 식도원에 모여 훈민정음 반포 480년을 기리는 기념식을 열고, 매년 기념할 날의 이름을 '가갸날'로 정했다. 가나다라 순으로 하면 일본 문자 가나와 구별되지 않는다는 고민이 담긴 이름이었다. 이듬해 조선어연구회가 기관지 『한글』을 창간하면서 기념일과 문자의 이름은 한글로 정착했다. 조선총독부는 끝내 이 이름을 인정하지 않았고, 한글이 나라 글자의 지위를 되찾은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공문서 한글 전용 원칙이 확정된 뒤였다.

전우용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 역사를 돌아보며 "당시 회원들이 훈민정음이라는 이름과 조선문이라는 이름을 모두 거부하고 한글이라는 새 이름을 선포한 것은 중세성과 식민지성에서 해방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한글이라는 새 이름은 이 문자를 옭아매고 있던 신분차별과 민족차별의 굴레를 벗겨내는 구실을 했다"고 짚었다.

올해 한글날은 그 이름이 선포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세종이 만든 것은 문자였지만, 그 문자를 모두의 것으로 만든 것은 이름이었다. 580년 전의 창제와 100년 전의 개명이 겹치는 이번 한글날이 유난히 각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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