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장의 서재] 고전의 유령에 숨결을 불어넣다…2026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의 세계

> 신화와 현대적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운문 소설'의 대가
> 시와 산문, 물성과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보적 예술혼
> 고립된 언어를 구원하는 치열한 실험…그 거장의 서가로 향하는 길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최승호 기자
- 발행: 2026-10-11T00:28:22+09:00 · 수정: 2026-10-11T00:39:22+09:00
- 섹션: 문화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1023343785c5
- 인용 표기: 수원일보, “[거장의 서재] 고전의 유령에 숨결을 불어넣다…2026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의 세계”, 2026-10-11,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1023343785c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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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캐나다 대표 작가 앤 카슨(76)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9일 작가 작품을 찾는 독자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앤 카슨 작품이 진열돼 있다.예스24는 작가의 작품이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지난 8일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전일 대비 184배 증가)

(사진: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캐나다 대표 작가 앤 카슨(76)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9일 작가 작품을 찾는 독자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앤 카슨 작품이 진열돼 있다. 예스24는 작가의 작품이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지난 8일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전일 대비 18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6.10.09. photo1006@newsis.com /전신 / 뉴시스)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Anne Carson)을 호명했을 때, 세계 문학계는 올 것이 왔다는 찬사와 함께 깊은 전율에 휩싸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고전 전통과 장난스럽게 대화하면서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꼽았다. 이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유산을 단순한 박제된 유물로 두지 않고, 현대적 감스웨덴 한림원이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Anne Carson)을 호명했을 때, 세계 문학계는 올 것이 왔다는 찬사와 함께 깊은 전율에 휩싸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고전 전통과 장난스럽게 대화하면서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꼽았다. 이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유산을 단순한 박제된 유물로 두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완전히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문학의 영토를 확장해 온 그의 문학사적 성취에 대한 최고 존경의 표명이다.

시와 소설, 에세이와 극본, 그리고 학술적 번역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보적인 예술혼을 구축해 온 앤 카슨. 국내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어온 그의 대표적 번역서들과 함께 그 예술적 정점을 짚어본다.

## **고전이라는 생생한 질감 : 신화의 현대적 부활**

앤 카슨의 문학적 뿌리는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에 깊게 박혀 있다. 오랜 세월 대학에서 고전학을 가르쳐온 그는 죽은 언어로 굳어버릴 위기에 처한 고대 신화와 시를 오늘날의 뜨거운 날것으로 되살려낸다.

국내에 《빨강의 자서전》(현대문학) 등으로 소개되며 깊은 인상을 남긴 그의 대표작들은 '운문 소설(Verse Novel)'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살해당하는 날개 달린 붉은 괴물 게리온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의 상처받은 소년의 사랑과 성장을 그렸다. 신화의 오랜 뼈대에 현대적 감수성의 살을 붙여, 고전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 숨 쉬는 이야기임을 증명했다.

## **장르의 해체와 재창조 : 시와 산문의 경계를 지우다**

카슨의 작품에는 정형화된 틀이 없다. 그는 에세이를 시처럼 쓰고, 서사 소설을 시적 운율로 직조해 낸다. 인간 욕망의 구조를 탐구한 초기작 《에로스, 달콤씁쓸한》(현대문학)이나 여성 최초로 T.S. 엘리엇상을 수상한 《남편의 아름다움》 등을 통해, 그의 글은 장르의 구분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오랫동안 소원했던 관계 끝에 세상을 떠난 오빠를 기리며 만든 《녹스(Nox)》나, 22권의 독립된 소책자가 투명한 슬립케이스에 담겨 독자가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읽도록 설계된 실험적 작품 《플로트(Float)》 같은 저작들은 책이라는 물성이 지닌 한계를 예술적으로 뛰어넘는다. 사진, 편지, 손글씨, 고대 비가의 번역 등을 아코디언 상자나 낱권의 책 형태로 담아낸 이러한 시도들은, 추상적인 감정과 사유를 가장 조형적이고 물성 짙은 언어로 시각화하며 국내 독서계에도 큰 충격과 영감을 안겼다.

##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목소리 : 수상의 의미**

최근 파킨슨병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신체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음에도, 카슨은 여전히 창작의 고단한 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예를 넘어,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상실과 기억, 그리고 지적 갈증을 구원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실험해 온 현대 문학의 거장에 대한 뜨거운 찬사다.

스웨덴 한림원의 찬사처럼 "그 어떤 영어권 작가도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문학의 가능성을 넓혀온 앤 카슨. 이번 수상은 국내 서가에 번역 출간된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다시 깊게 읽어보며,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대담한 형식의 진화와 마주하기에 가장 완벽한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전통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발명해낸 거장의 서가 속으로, 이번 주말 깊숙이 걸어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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