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유홍준의 사과, 추미애의 사과

> 잘못을 셈하는 사과와 떠밀린 사과의 거리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이단열 기자
- 발행: 2026-10-19T22:57:47+09:00 · 수정: 2026-10-19T22:57:47+09:00
- 섹션: 오피니언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19225356cb57
- 인용 표기: 수원일보, “[기자수첩] 유홍준의 사과, 추미애의 사과”, 2026-10-19,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19225356cb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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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앞서 소방 예산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6.10.19. jtk@newsis.com)

(사진: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앞서 소방 예산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6.10.19. jtk@newsis.com /김종택 / 뉴시스)

같은 날, 두 개의 사과가 있었다. 19일 국정감사장에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스스로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박물관 직원들이 노력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자신이 소장하던 유묵을 애국지사의 글씨라며 박물관에 추천해 전시했다가 친일파의 글씨로 확인된, 이른바 '셀프 출품' 논란에 대해서다. 그는 잘못을 세 가지로 조목조목 짚었다. 검증이 부실했던 것,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 실수가 드러난 뒤에도 공개를 주저한 것. 애국지사와 박물관 직원들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이며 "한 사람의 미술사가로서 부끄럽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추미애 경기지사도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시작 전 고개를 숙였다.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지난 13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한 지 엿새 만이다. 그 엿새의 경로가 문제다. 소방노조가 사과를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야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는 말이 나왔다. 사과를 바라시니까, 한다는 사과였다.

(사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친일파 글씨 추천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2026.10.19. jhope@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친일파 글씨 추천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2026.10.19. jhope@newsis.com /정병혁 / 뉴시스)

두 사과의 거리는 멀다. 하나는 묻기 전에 나왔고, 하나는 떠밀려 나왔다. 하나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세서를 내놓았고, 하나는 '상처 입으신 분들께'라는 익숙한 문형 뒤로 잘못의 내용을 감췄다. 하나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 애국지사의 이름과 동료 직원들을 향했고, 하나는 국감장의 카메라를 향했다.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유 관장의 사과가 잘못을 지우지는 않는다. 자기 소장품을 자기가 검증해 전시한 일은 국립박물관의 신뢰를 흔든 중대한 사안이고, 야당에서는 사퇴 요구가 나왔다. 사과는 면죄부가 아니다. 그러나 사과의 문법만큼은 그가 옳았다. 잘못을 셈할 줄 아는 사람만이 같은 잘못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셈하지 않은 사과는 조직에 학습되지 않는다. 추 지사가 고개를 숙인 바로 그날 오후, 같은 당 의원의 입에서 "소방이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것 아니냐"는 말이 다시 나왔다. 순직 소방관의 영결식이 엄수된 날이었다. 사과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짚지 않으니, 옆자리에서는 그것이 사과할 일인지조차 배우지 못한 것이다.

공직자의 말은 사고일 수 있다. 그러나 사과는 사고가 아니라 실력이다. 90도의 각도가 아니라, 잘못의 목록을 스스로 꺼내 놓는 용기가 사과의 전부다. 경기도민은 엿새 걸린 조건부 사과와 묻기 전에 나온 명세서 사과의 차이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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