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불타는 프랑스 : 교실의 온기가 꺼질 때,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 - 방화와 약탈을 넘어, 청년의 목소리가 묻는 정치의 자성
> - '이민자 프레임'을 넘어 사회적 통합 시스템 실패의 본질 직시해야
> - 혐오와 공권력을 넘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으로 위기 극복할 때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최승호 문화에디터
- 발행: 2026-10-22T11:51:01+09:00 · 수정: 2026-10-22T11:51:01+09:00
- 섹션: 오피니언 > 지금은 문화시대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22113630b472
- 인용 표기: 수원일보, “[칼럼] 불타는 프랑스 : 교실의 온기가 꺼질 때,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2026-10-22,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022113630b472

---

[지금은 문화(文話) 시대]-13

2026년 가을, 유럽 대륙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 프랑스 시위)

(사진: 프랑스 시위 /뉴시스)

출발점은 프랑스 파리 외곽 크레테유(Créteil)의 한 고등학교 교실이었다. 수개월째 교원 공석이 방치되고 난방마저 끊기자 10대 학생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작고 소박했던 분노의 불씨는 불과 몇 주 만에 파리 도심을 넘어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으로 타올랐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첨예하게 갈린다. 정부와 치안 당국은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선동과 범죄적 약탈 행위를 지적하며 공권력 투입을 정당화한다. 반면 시민사회와 진보 진영은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청년층의 정당한 민심 분출이라고 맞선다. 하지만 폭력의 외피 너머에 자리한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이 연쇄 소요의 본질에 다가설 수 없다.

**차가운 교실, 고유가 폭풍이 터뜨린 도화선**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대형 정치 스캔들이나 거창한 이념 대립이 아니었다. 지정학적 위기가 몰고 온 유가 폭등과 '일상적 공공서비스의 균열'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절망이었다.

지속되는 전쟁 여파로 유가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류비와 식료품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이는 서민 생계를 극단으로 몰아붙였다. 더욱이 인플레이션을 잡고 국채 부담을 줄이겠다며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610억 유로 규모의 재정 감축안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고유가와 물가 폭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삶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인 공공 예산마저 깎이자, 교실 봉쇄에서 출발한 학생들의 항의는 생계난에 시달리던 노동자와 일반 시민의 대열로 빠르게 확산했다.

국경을 넘어 번진 불길 역시 이탈리아의 저임금 구조, 스페인의 주택 임대료 폭등 등 각국의 내재적 불안 요소와 결합하며 세를 불렸다. 유럽 청년과 서민층을 하나로 묶은 매개체는 명확하다. 아무리 일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으며, 국가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제공하지 못한다는 깊은 상실감이다.

**약탈과 방화, 정당성을 갉아먹는 분노의 그늘**

하지만 야간을 기해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방화와 상점 약탈은 사태의 또 다른 단면이다. 이를 단순한 일탈 범죄로 치부할 수도 없지만, 정당한 분노의 표출로 미화할 수도 없다.

소요 사태 속 무차별 폭력은 제도권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회적 아노미(무질서)' 증상이다. 고물가와 고유가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극에 달할 때, 항의는 질서 있는 집회를 넘어 파괴적 형태로 변질되곤 한다.

문제는 방화와 약탈이 시위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한다는 점이다. 평범한 소상공인과 동네 주민의 터전을 파괴함으로써 대중적 공감을 잃게 만들고, 정부에는 긴축 반대의 목소리를 억누르며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할 명분을 제공한다. 분노가 이성을 잃는 순간,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도심의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정략적 낙인찍기를 넘어 통합의 부재를 읽다**

프랑스 정론지 르몽드(Le Monde)의 지적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읽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태가 격화되자 일부 정치 세력과 외신은 이를 "통제 불능의 이민자 문제"나 "인종 갈등"으로 낙인찍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르몽드는 이 같은 프레임이 복잡한 구조적 원인을 은폐하려는 정략적 잣대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르몽드가 짚어낸 핵심 원인은 '사회 통합 시스템의 누적된 실패'다. 지난 수십 년간 재정 긴축 속에서 소외 지역의 주거 불안, 교육 격차, 청년 실업을 방치하고 공공서비스를 철수한 결과, 국가와 시민 간의 유대감이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사태의 본질은 특정 집단의 정체성이 아니라, 경제 위기 속에서 공공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 정책의 부재에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한국 사회가 얻어야 할 반면교사**

파리의 비극은 우리에게도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에너지 및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사회 역시 대외 경제 위기 속에서 재정 건전화와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교육·복지 등 필수 안전망을 축소할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유념해야 한다. 국가가 기본적 삶의 보루 역할을 저버릴 때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은 예산 절감액을 크게 상화한다.

또한 고물가와 주거난, 고용 불안에 노출된 청년 세대의 무력감을 국정이 담아내지 못할 때 사회적 불안정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구조적 갈등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나 단순 치안 문제로 축소하려는 정략적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날로 고도화되는 사회적 요구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위기를 돌파할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자격은 국민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갈등을 폭력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으로 조율해 내는 역량에 온전히 달려 있다.

'교실과 장바구니'에서 시작해 방화와 약탈이라는 얼룩을 남긴 이번 소요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청년 세대의 엄중한 경고다. 낙인찍기와 공권력 투입이라는 임시방편을 넘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탄탄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실질적인 정치적 대화에 나설 때 비로소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
매체: 윤리강령·열린보도원칙·AI 활용 준칙 공개(https://www.suwonilbo.kr/policy.html) · 취재편집국 기자 프로필(https://www.suwonilbo.kr/reporter.html)
최신 기사: https://www.suwonilbo.kr/rss.xml · 사이트 안내: https://www.suwonilbo.kr/llms.txt · 이 기사 JSON: https://www.suwonilbo.kr/api/article?id=L261022113630b472
모든 기사 URL은 `?format=md` 를 붙이면 이 마크다운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