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다시 보이는 조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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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이단열 기자
- 발행: 2026-11-02T22:17:58+09:00 · 수정: 2026-11-02T22:38:13+09:00
- 섹션: 오피니언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102215932cb5d
- 인용 표기: 수원일보, “[기자수첩] 다시 보이는 조경태”, 2026-11-02,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102215932cb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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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라는 이름에는 여러 꼬리표가 붙어 있다. '비주류', '철새', 그리고 6선. 나란히 놓고 보면 어딘가 어긋나는 단어들이다. 주류에 끼지 못했고 당까지 옮겼다는 사람을, 한 지역구의 유권자들은 스물네 해 동안 여섯 번 내리 선택했다. 솔직히 기자는 앞의 두 꼬리표로만 그를 읽어 왔다. 2일 국회 본회의장의 한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나자 야당 의석이 통째로 비워졌다. 그 빈자리에 6선 의원 한 사람이 남아 있었고, 연단을 내려온 대통령이 그에게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궁금했다. 왜 혼자 남았을까. 어떤 계산이,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돌아온 답에 질문한 쪽이 민망해졌다. 측근의 해설도, 전략 분석도 아니었다. 13년 전 기사 한 건이 답이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에서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기립한 사람, 2015년 야당의 침묵 시위 속에 홀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연설이 끝났는데 박수 치는 게 상식이고 예의 아닌가"라고 되물은 사람. 모두 그였다. 배경이 아니라 전력이었고, 선택이 아니라 습관이었던 것이다. 그때도 그는 야당이었고 지금도 야당이다.

당을 바꾼 정치인은 많다. 그러나 당을 바꾸고도 행동이 바뀌지 않은 정치인은 드물다. 그는 민주당에서 주류와 맞서다 당원 342명의 징계 요청을 받았고, 국민의힘에서는 계엄의 밤 국회 담장을 넘어 해제 표결에 참여한 뒤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대통령 직무 정지를 입에 올렸다가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연호를 들었다. 양쪽에서 미움받았다는 사실은, 뒤집어 보면 양쪽에서 같은 말을 했다는 뜻이다. 눈치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1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동안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기립하고 있는 반면 김한길 대표 등은 박대통령 입장시와는 달리 앉아 있다. 2013.11.18. photo@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1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동안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기립하고 있는 반면 김한길 대표 등은 박 대통령 입장 시와는 달리 앉아 있다. 2013.11.18. photo@newsis.com /박동욱 기자 / 뉴시스)

대비되는 궤적도 같은 당 안에 있다. 주진우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으로 김건희 여사를 겨눈 특검 공세를 방어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정권이 바뀌자 그는 이번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황제 골프' 의혹을 제기하며 가족의 동선과 헬기 이동까지 추적하는 파파라치식 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영부인을 지키던 창이 영부인을 겨누는 창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정권이 바뀌는 데 걸린 시간과 정확히 같다. 권력이 누구냐에 따라 창끝의 방향이 바뀌는 정치와, 권력이 누구든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정치. 어느 쪽이 소신인지는 각자의 기록이 말해 준다.

우리는 반대와 무례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에 익숙해졌다. 상대 당의 대통령에게는 야유가 예의이고, 악수는 변절이 되는 시대다. 그 속에서 반대는 표결과 발언으로 하고 예우는 예우대로 하는 정치인은 차라리 촌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본래 그 촌스러움 위에 서 있는 제도다. 연설이 끝나면 박수를 치고, 표결에서는 소신대로 찍는 것. 13년간 그가 반복한 일은 그게 전부다.

철새는 계절을 따라 옮겨 다니는 새다. 그런데 기록을 다시 읽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계절 따라 자리를 옮긴 쪽은 정당들이었고, 같은 자리에 서 있던 쪽은 조경태였는지도 모른다. '다시 보인다'는 말은 그가 변했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이제야 그의 기록을 제대로 읽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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