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미사일보다 먼저 시작될 수 있다…대한민국을 향한 '파이어세일'의 경고

> 금융사 16곳 해킹, 북한 IP 대역서 440만 건 접근 시도, 공공기관 2,100곳 긴급 점검…미사일 도발 속 커지는 사이버전 경고음

- 매체: 수원일보 — 수원·화성·용인 경기남부 뉴스 · 1989년 창간 37년, 경기도 제1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 00001)
- 기자: 이단열 기자
- 발행: 2026-11-04T21:10:32+09:00 · 수정: 2026-11-04T21:13:19+09:00
- 섹션: 사회
- 원문(캐노니컬):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104210631b31c
- 인용 표기: 수원일보, “전쟁은 미사일보다 먼저 시작될 수 있다…대한민국을 향한 '파이어세일'의 경고”, 2026-11-04,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L261104210631b3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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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불이 꺼져 가는 도시와 지하의 붉은 네트워크 케이블 일러스트)

(사진: 하늘의 미사일은 보인다. 그러나 도시의 불을 끄는 것은 땅 밑의 붉은 선일 수 있다. /제작=수원일보AI)

어느 날 아침, 서울의 교통신호 체계가 멈춘다. 은행 전산망에 접속할 수 없고 카드 결제가 끊긴다. 휴대전화 통신이 불안정해지고 전력과 수도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처음에는 단순한 전산 장애로 여겨지지만, 전국의 장애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혼란이 번진다.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다. 2007년 영화 '다이하드 4.0'이 그린 국가 기반시설 공격, 이른바 '파이어세일(Fire Sale)'을 2026년 대한민국에 대입한 가상 시나리오다.

**영화가 그린 3단계**

영화 속 파이어세일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째 교통 시스템의 마비, 둘째 금융과 통신의 붕괴, 셋째 전력과 가스, 수도 등 국가 필수 기반시설의 무력화다. 목적은 정보 탈취가 아니다. 국가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때려 사회 전체의 혼란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대응 능력을 꺾는 것이다. 19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서 연이어 드러난 대규모 해킹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이 영화가 던진 질문을 다시 소환한다. 전쟁이 반드시 미사일 발사로 시작된다는 보장은 있는가.

**16곳, 2,324만 명, 그리고 440만 건**

최근 수치들은 심상치 않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침해사고가 확인된 금융회사는 16곳으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주요 기관이 포함됐고 당시 파악된 정보 유출은 약 10만 건이었다. 일부 공격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통신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SK텔레콤 해킹에서는 약 2,324만 명의 가입자 정보가 유출됐는데, 정부 조사 결과 최초 침투 흔적은 20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공격자가 4년 가까이 시스템 안에 숨어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금융당국은 북한에 할당된 IP 대역에서 국내 금융 시스템을 향한 약 440만 건의 접근 시도를 탐지했다. 열린 포트와 취약점을 더듬는 스캔이었다. 실제 침해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고 IP만으로 공격 주체를 북한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이 탐색이 단순한 정보 탈취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쓸 취약점을 미리 확보하는 과정이라면.

**같은 시기, 미사일은 날고 있었다**

사이버 위협이 쌓이는 동안 군사적 긴장도 올라갔다. 지난 9월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쳤고, 군은 유엔군사령부와의 조사를 토대로 북한이 설치한 지뢰가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부인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달 2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10여 발을 쐈고, 4일에는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또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무력시위가 곧 전쟁 준비를 뜻하지는 않는다. 무기 검증과 대외 압박, 협상력 확보 같은 목적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에 금융과 통신, 공공 시스템을 향한 사이버 위협이 지속된다면, 이를 개별 사건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현대전에서 물리 공격과 사이버 공격, 전자전, 심리전은 결합되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보이지 않는 침투**

현대 사이버전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사전 거점 확보(프리포지셔닝)'다. 평시에 목표 시스템에 들어가 오래 숨어 있다가, 위기가 오면 그 경로를 꺼내 쓰는 방식이다.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은 2024년 중국 정부 지원 해킹 조직 '볼트 타이푼'이 미국 핵심 기반시설 네트워크에 침투해, 향후 분쟁 시 파괴적 공격을 수행할 사전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최근 활동이 같은 방식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다만 국가 간 충돌에 앞서 사이버 공간에서 공격 여건을 미리 조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중요한 것은 공격자가 모든 시스템을 부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핵심 기능 몇 개의 장애만으로도 연쇄 혼란은 일어난다. 여기에 허위 재난정보와 조작된 군사 소식이 얹히면 혼란은 배가된다.

**공공기관 2,100곳 긴급 점검**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가정보원은 3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약 2,100개 공공기관에 긴급 보안점검을 요청했고, 공공부문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대한 별도 취약점 점검도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후 대응 중심 보안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범정부 차원의 사이버보안 대응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대규모 점검 착수가 임박한 사이버전의 증거는 아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보안사고가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할 만큼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단정은 금물, 그러나 점검은 지금**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 금융권 해킹과 북한 IP 대역의 탐색, 최근 미사일 발사가 하나의 통합된 작전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국가 규모의 교통망이나 전력망 마비가 발생한 사실도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이 임박했다는 단정이 아니라, 각각의 위협이 동시에 현실화할 경우 국가가 얼마나 버티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은행이 작동하는가. 전기가 공급되는가. 통신망이 유지되는가. 응급의료와 재난대응이 돌아가는가. 평시에는 서비스 안정성의 문제인 이 질문들이 전시에는 국가 생존의 문제가 된다. 정부는 기반시설의 침투 여부만이 아니라 공격 시 서비스 유지·복구 능력까지 검증해야 하고, 민간과 공공기관도 동시다발 장애에 대비한 비상운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사일은 발사되는 순간 관측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버 침투는 수년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전쟁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미 일부 시스템은 공격받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전쟁의 시작을 예측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전쟁이 어떤 형태로 시작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추지 않게 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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