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이 체격에 기운 없다?

피로.무기력증 '비만 허약환자''한약=살찌는 약' 잘못된 상식

   
▲ 김정희 본지 한의학 전문위원(한의사)
안색이 좋지 않은 한 30대 주부가 비만치료를 받기 위해서 한의원에 내원 하였다. 이 주부는 결혼하기 전만 해도 주위에서 말랐다는 말을 들었다는데, 출산 이후부터 체중이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미용상의 문제는 둘째치고 무릎통증과 손발저림, 요통 등과 같은 이상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 환자에게 더욱 큰 고통은 바로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증이었다. 이러한 만성 피로는 체중이 늘기 전부터 지속되었는데, 항상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심했다고 한다.

한의원에서는 이런 환자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른바 “비만한 허약 환자”이다. 많은 비만한 허약 환자처럼 이 주부도 극심한 만성피로로 보약을 복용하고 싶지만 살이 찔까 무서워서 한번도 복용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이 체격에 기운이 없다고 한다면 주위에서 놀려요”라면서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 환자는 비허습담증(脾虛濕痰)으로, 비장의 기운이 약해서 체내에 노폐물과 지방이 축적되어있는 상태였다.

이것은 허증의 일종인데, 전반적인 신진대사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순환도 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양물질을 충분히 이용할 수 없어 항상 피로와 무기력증을 동반한다.

비허습담증은 체질적인 것과 연관성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평소에 전반적인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결국 같은 양의 칼로리를 먹어도 에너지를 소비하지 못하고 중성지방으로 축적되어 살이 찌기 쉬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허증에 의해서 비롯되는 비만의 경우에서는 악순환이 되기 쉽다. 심장이나 폐와 같은 내장의 기능은 국한되어 있는데, 먹여 살려야 할 부양가족이 늘면서 내장의 부담이 증가된다. 이로 인해서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게 된다.

흔히 “한약=살찌는 약”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보약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삼의 경우를 보더라도 여러 임상실험에서 비만에 치료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삼이 우리 몸에 있는 기혈순환을 촉진하고 신진대사 기능을 활발히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약을 먹으면 무조건 살이 찐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오히려 기허증상으로 에너지를 태우는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비만이라면 이러한 치료방법만이 비만을 치료할 수가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원인이 모두 다르듯이 비만도 원인에 따른 치료만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